4·11 총선 서울 강남을 선거구의 무더기 투표함 훼손 사태에 대해 언론이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두고 “국민의 알권리를 방조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송 3사 가운데 선거 당일 TV 뉴스에서 이 소식을 알린 곳은 SBS 뿐이었고, KBS는 다음날 아침에 단신으로, MBC는 아예 뉴스를 방송하지 않았다. 신문들은 대부분 사실 자체를 보내긴 했지만, 이후 투표참관인이 투표함을 실은 차량에 동승하지 않은 사실이나 다량의 투표함 훼손상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사건 당일 밤 현장에 가서 유일하게 투표참관인과 단독인터뷰를 했던 이상호 MBC 기자는 16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언론 상황이 내 기자생활 시작한 이래 가장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양대 공영방송이 모두 파업하는 것이 비정상이기도 하지만 파업 안하는 언론도 마치 파업하고 있는 상태인 것처럼 정상적인 역할을 해태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해태하면서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언론의 보도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기자는 지난 11일 밤 선거 개표 과정에서 강남을 투표함 훼손 사태가 터졌다는 말을 트위터 등을 통해 확인한 뒤 학여울 역 개표현장으로 갔더니 모두 18개의 부정의혹 투표함이 있었고, 이 가운데 자물쇠가 훼손(개방)된 것이 가장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자물쇠가 훼손됐던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 판단하고, 여야 투표참관인을 만났다”며 “개포 1동 5투표소의 여야참관인(가정주부)은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이중으로 테이핑하고 분명히 도장 찍는 것을 봤다’고 말을 했고, 두 자물쇠가 모두 열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두 참관인 모두 투표함을 실은 차량에 동승하지 못했다으며, 투표함을 싣고 투표소로 이동한 차량도 경찰차가 아니었다는 것.

두 참관인은 공통적으로 투표소 입구에서 어떤 봉고차에 탄 여성이 투표소에 들어간 사람들의 인원수를 세는 것을 궁금해하는 등 개포1동의 5투표소에만 여러 의문점을 낳았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이 기자는 투표함 훼손된 것에 대해 “부정투표의 개연성이 있는 것이지만, 자물쇠의 잠금장치가 열려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였다”며 “적어도 선관위가 명예를 걸고 경위를 밝혀야 하는 문제이나, 현재까지 선관위의 태도로 볼 때 스스로 밝히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정당 구분없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이 기자는 강조했다. 이 기자는 이후 12일 저녁 손바닥TV를 통해 두 참관인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했다.

이 기자는 이번 투표함 훼손 사건을 두고 “여야 유불리 떠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인 만틈 정략적으로 따질 게 아니라 엄중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선관위의 경우 자물쇠 개방에 대한 부분만이라고 제대로 해명하는 것이 선관위를 위해서라도 좋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4년을 기다려 선거를 치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부실하게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수능시험에도 실수 한 번 하면 떨어지는데 4년 기다린 선거를 이렇게 다량의 투표함에서 훼손 상태를 낳았고, 자물쇠마저 열려있었다는 것은 어떤 해명도 설득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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