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늘부터 향하고자 하는 곳은 언론의 ‘심층’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한국의 언론을 작동시키는 본질적인 힘의 실체와 그것들의 운동 방식을 밝혀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언론이 사회를 향해, 개인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들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같은 작업의 과정과 결과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그럴때만이 우리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가슴을 대변해주는 언론을 전망할 수 있습니다. 또 그럴 때만이 우리는 거대 자본의 이해에 함몰되어 국민의 입장을 외면하는 언론을 배척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미디어오늘>을 통해 보여줄 언론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때로는 참회록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정한 언론, 국민의 편에 서있는 사랑받는 언론을 기대하는 우리들의 의지와 희망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또다른 미디어 세계로

우리는 우리의 언론 역사가 권력에 대한 예속, 자본과의 밀착으로 점철되어 왔음을 인정합니다. 간혹 부당한 권력에 맞서 투쟁하기도 했으며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사의 주류는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입장에 서왔습니다.

그리고 그 입장은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물론 역사를 피해자와 가해자로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나 전투적 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역사가 보다 나은 상태로 변화하고 진보한다고 믿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 편에 서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판단이고 문제의식의 핵심입니다. 우리의 지향은 따라서 변화의 편에 서서 국민과 함께 하는 언론입니다.

우리가 또 향하고자 하는 곳은 언론의 ‘미래’입니다. 통신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전혀 다른 미디어 세계를 열어 놓고 있습니다. 이제 미디어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들의 의사 소통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사회의 기본 얼개까지도 바꿔놓을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언론사들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됩니다. 아니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부분을 깊이있게 추적하여 그 내용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실천·희망 그리고 노력

이제 눈을 오늘 이곳의 언론 상황에 돌려봅니다. 국민을 향해 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은 여전히 권력자들 앞에서 낮게 엎드려 있습니다. 최근의 대구 가스 폭발 사건을 보도하는 방송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같은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자신들은 오류없는 이 사회의 교사처럼 행세하고 있지만 그 속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신문사 세무조사 결과는 여러가지 소문만 무성한 채 진실이 은폐되고 있으며 정도를 넘어선 판매 경쟁은 급기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을 불러들였습니다. 무관의 제왕이 무적의 공룡으로 변했다는 말이 결코 과장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오늘의 언론 현실에 대한 명징한 이해와 보다 나은 내일을 확보하기 위한 진지한 실천적 노력이 함께 하는 곳에서 희망과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현재보다 한발 나아간 언론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노력하는 언론계 내부의 동료들과 우리의 작업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독자들의 존재는 이같은 기대를 떠받쳐주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비판과 성원을 바랍니다. 199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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