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강남을 투·개표소에서 발생한 다수의 투표함 미봉쇄·미봉인 사태와 관련해 투표당시 참관인이 봉인한 투표함과 개표소에서 촬영된 투표함이 각각 다르고, 투표함과 동행하도록 돼있는 일부 참관인이 다른 차량에 탑승했다는 증언들이 나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계 일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자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일”이라며 “도저히 납득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규명을 위해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서울강남을 후보가 파견한 개표참관인 황유정 비서는 11일 저녁 개표 현장에서 투표함에 봉인테이프와 도장이 없거나, 투표함 바닥에 봉인테이프와 도장이 없거나 자물쇠에 봉인테이프가 없는 경우, 투표구에 아예 봉인처리가 되지 않은 경우 등 모두 20건의 문제가 발생한 투표함을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강남갑구 투표함도 10곳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발견됐다.

그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가운데 손을 댄 흔적이 있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 비서는 개포1동에 5투표소의 투표함을 지목해 “처음 발견했을 때 투표함 상태는 자물쇠로 잠그고 이를 고정시킬 수 있도록 테이프를 붙여야 하나 자물쇠만 있었다”며 “이에 이의제기를 했더니 ‘열어봐서 아무 이상 없으면 어쩔래, 안에만 봉인 돼있으면 된다’고 하면서 개봉하지 말라는 요구에도 일방적으로 개표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부터 투표함 봉인 상태의 문제점이 줄줄이 나왔다”며 “특히 우리가 파견한 5투표 참관인들은 선거사무소에 와서 촬영한 사진을 보고, ‘우리가 싸인하고, 봉인한 투표함 모습과 다르다, 우리는 상자에다 테이프를 붙여서 보냈는데, 테이프가 붙어있지 않았다’고 캠프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온 이상호 MBC 기자(손바닥TV)는 복수의 ‘투표’참관인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고 황 비서는 전했다. 또한 투표참관인들이 투표완료된 투표함과 같은 차량에 동행해야 하나 일부 참관인의 경우 집에 간 이도 있고, 뒷차에 탄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 기자는 12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강남을의 경우 최소한 복수의 투표소에서 참관인들이 개표소까지 동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황 비서는 당시 현장의 선관위 직원들의 태도를 질타했다. 그는 “선관위 직원들이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등에 대해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뜯지않으면 괜찮다’는 식이고, ‘도장은 찍어도 그만 안찍어도 그만’과 같은 고무줄 잣대를 댔다”며 “선거를 투명하게 관리하라고 만든 선관위가 무려 30개(강남 갑·을 모두 포함)가 문제된 것으로 나왔는데, 온통 변명만 늘어놓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동영 민주당 강남을 후보는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표는 많이 부족했지만 중요한 것은 ‘선거는 과정의 진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과정의 진실이 전면적으로 훼손된 것이 저의 패배보다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투표함을 이송할 때 참관인을 집에 보내고 태웠다든지 와 보니까 집에 간 참관인이 저희는 분명히 거기 봉인한 것을 확인했는데 도장도 찍고 개표장에 온 그 투표함에는 그게 안 찍혀 있다든지”라며 “그러니까 누군가 손댄 흔적이 (있는데)...설명이 되지 않은 채 강행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 후보 측은 11일 밤 개표중단 공문을 통해 개표거부에 나서기도 했으나 선관위는 개표를 진행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도 이날 같은 방송에서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로 최근에 이런 일은 저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건 소송으로까지 간다 해도 (선관위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일이 빚어졌다”고 개탄했다. 김씨는 “선관위가 ‘이것은 실수’라고 얘기할 수 성질의 문제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2일 이 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어 투표함 봉인·봉쇄 누락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법적으로든 실제로든 투표부정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강남 선관위는 “당시 해당 투표소 관리관과 참관인 진술 및 투표함 형상에 비춰 투표부정의 소지가 없다고 확인하고 개표를 속개했다”며 “일부 투표함이 봉인되지 않은 것은 투표소 투표관리관과 참관인에 경위확인을 한 결과 업무처리 미숙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관리관·참관인 책임론을 제기했다.

강남 선관위는 “투표함 밑바닥 봉인 누락이 법규위반도 아니고, 봉인하지 않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해도 이를 생략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한 부적절한 조치였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투표참관인이 투표함 이상여부 확인하고,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으며, 투표함 개표소 이송시 후보자별 투표참관인 1인과 호송경찰이 동승했기 때문에 부정행위 발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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