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형참사가 터졌다. 정부 국가관리능력의 부재가 빚은 참사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했기 때문에 부실하게 된 곳이 있다.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참사에 대한 방송보도가 그 꼴이다.

사건의 전모를 알고 싶었던 국민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TV를 켰다. 그러나 화면에선 ‘지지직’ 하는 잡음만 흘러나왔다. 생생한 사고현장을 보고자 했던 국민들은 오히려 ‘부실방송’의 또 다른 현장을 목격하는 착잡함에 사로잡혀야 했다.

결국 이 중요한 사건은 ‘낮방송 10분’으로 끝났다. SBS는 그나마도 없었다. ‘낮방송 10분’을 결정한 공보처의 답변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오인환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방송사가 낮 방송 종료시한인 10시 이전에 ‘낮방송 연장신청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알권리보다, 방송사의 알려야 할 의무보다 ‘10시 이전’과 ‘문서’라는 형식이 더 중요했다는 얘기다. 누가봐도 궁색한 변명이다. 그리고 사실과도 맞지않다. 지금까지 긴급 뉴스특보 등은 구두로 연락하고 나중에 문서를 보내는게 관행이었다. 요청시간이 문제된 적도 거의 없다. ‘10분 하라’는 결정을 내리는데도 무려 5시간이나 걸렸다. KBS 편성실 관계자는 오전 11시께 현장중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후 2시50분에 ‘10분만 하라’는 통보가 와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답변이 궁색하고 사실과 맞지 않다면 여기에는 분명히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지자제 선거를 의식한 축소보도’라는 주장이 국민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원종 정무수석이 거론되는 등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영화나 특집드라마를 방송 허가시간이 끝난 자정을 넘겨 내보냈던 ‘과감성’이 이번엔 도통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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