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악을 위한 시나리오의 첫 단추는 KBS 신태섭 이사 해임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사찰 문건에서 드러났다.

KBS 새노조는 지난 6일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문건 중 ‘2008년 하명사건’ 문건에서 ‘KBS 이사선임’ 사건명에 ‘KBS 이사선임 부적격 여부 확인’을 ‘완료’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건에서 말하는 ‘부적격 이사’는 지난 2008년도 동의대 교수였던 신태섭 이사로 추정된다.

신 이사는 당시 동의대 측 허락없이 KBS 이사를 겸직했다는 이유로 동의대에서 해임됐고 이어 KBS 이사직에서도 해임된 바 있다.

신태섭 이사의 해임은 KBS 이사진 구성에 여당 측 인사가 많아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으로 이어져 결국 김인규 사장이 KBS 사장으로 자리에 앉았다.

KBS 새노조는 “신교수 해임과 동시에 강성철 보궐 이사가 그 자리를 꿰찼고 이사진 11명 중 여당 측 이사 수가 더 많아지게 되면서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총리실과 청와대가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된 KBS 내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까지 친여구도로 재편해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 선임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신태섭 전 이사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적격이란 단어로 추정하면 당시 이사 자격이 없는 사람을 내보내고 후속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이사진 중에서 시비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해임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해서 학교에서 해임된 7월 1일자로 소급해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직을 해임시켰다”고 말했다.

신 전 이사는 동의대 측으로부터도 당시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임된 2008년 7월 이전 당시 강창석 동의대 총장으로부터 3월과 4월에 각각 두 번, 5월에 5번을 불러가서 ‘KBS 이사를 사퇴하라, 학교와 가정을 생각해라, 사퇴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징계가 불가피하고 학교로 못 돌아온다’는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신 전 이사는 “3월부터 일찍이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면 KBS 장악을 위한 계획이 더 일찍부터 나왔을 것이고, 압력 대상도 저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이사는 “정치적인 목적과 권력을 잡기 위해 공적인 기구이며 정부 독립적이어야 하는 KBS를 다방면으로 개입해왔다는 것이 차차 밝혀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신 전 이사는 “’KBS 이사선임 부적격 여부 확인’라는 한 줄 속에서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데 정치적 목적으로 KBS 이사에 다른 사람을 앉히기 위해서 제 직업을 박탈하는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다”고 거듭 비난했다.

신 전 이사는 “어쨌든 87년 6월 항쟁 이후로 조금씩 법치 국가가 되어 가는 중인데 이제 대놓고 법을 우롱하고 법치를 붕괴시키고 법 체계를 유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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