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웹툰 심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업무협약을 통한 자율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방통심의위는 9일 한국만화가협회(회장 조관제)와 ▲웹툰 자율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상호협력 ▲민원 등 웹툰 관련 불만제기 사항에 대한 정보공유 및 자율조치 등을 위한 협의 ▲웹툰을 활용한 청소년의 올바른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사업 협력 및 홍보 등을 하기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웹툰과 관련하여 제기된 민원에 대해 검토한 후,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사안을 만화가협회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해 만화가협회가 자율적으로 청소년접근 제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방통심의위가 청소년유해매체물 선정에 앞서 의견진술서 통지문을 보낸 23개 웹툰은 심의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이번 업무 체결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서의 웹툰의 특성과 어린이, 청소년 보호라는 사회적 책무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만화계와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공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통심의위의 설명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월 23개 웹툰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선정에 앞서 해당 작가들에게 의견진술을 할 것으로 통보하면서 논란이 됐다. 웹툰에 대한 집중 심의가 웹툰을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웹툰을 지목한 <조선일보>의 보도에서부터 시작됐고, 이미 자율규제 조치로 성인인증 조치를 받고 있는 웹툰과 문광부가 선정해 상을 주고, 영화화까지 계획 중인 웹툰이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선정될 경우 출판계에서 웹툰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웹툰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상징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 웹툰 작가들은 방통심의위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해왔다.

이번 방통심의위와 한국만화가협회의 업무계약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선정될 경우 웹툰 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막을 수 있고, 자율규제 체계를 강화한다는 심의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하는 타협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자율규제 체계' 마련이라는 합의점이 큰 틀에서 도출됐을 뿐 구체적인 방법론은 논의되지 않아 여전히 다툴 수 있는 불씨도 남아있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선정 근거가 되는 청소년보호법이 현재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향후 자율규제 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업무 계약이 23개 웹툰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선정에 대한 반발이 워낙 거세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이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정숙 우리만화연대 부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전히 심의는 청소년보호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여성부 등 다른 기관에서 문제를 걸 수도 있다"면서 "어쨌든 이같은 사례가 생긴 것은 괜찮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큰 불씨는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심의위의 이번 입장 변화가 총선과 대선을 거칠 경우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능 자체가 축소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미리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박만 방통심의위 위원장은 하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폭력․선정 등 어린이․청소년의 수용수준에 부적합한 일부 웹툰 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체계를 마련하여, 청소년 보호라는 실질적 규제 효과를 확보함과 동시에 작가의 창의성을 보장하고 웹툰 산업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관제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은 “과거 정부의 일방적 규제 등으로 인해 만화를 유해매체로 인식하는 부정적 시각이 강했다”면서 “이번 업무협약을 기점으로 자율규제 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웹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매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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