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면 ‘세계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연예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가수, 탤런트 심지어 MC까지 외국에서 살다온 ‘해외파’들이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전 SBS는 일요일 오후 5시 방송되는 ‘생방송 TV가요 20’ 프로그램에 재키 림을 MC로 기용했다. 재키 림은 5살 때부터 영국, 홍콩 등에서 생활하다 최근 국내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재키 림은 우리 말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편이지만 영어식 발음의 흔적이 매우 많이 남아 있다. 또 재키 림은 우리나라 정서엔 어색한 과장된 몸짓을 자주 보이고 있다.
TV에 출연하는 MC가 국민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재키 림의 기용은 시청률만을 의식한 처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출연프로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뿐만 아니라 ‘생방송…’엔 가수 박미경, 서지원, 김대일 등 또다른 해외파들이 빈번하게 출연하고 있다. 이 해외파 가수들은 외국생활을 통해 몸에 밴 외국식 노래와 발성, 옷차림, 몸짓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 문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들의 모습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모방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들이 암암리에 전파하고 있는 문화들이 민족 주체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생방송…’의 담당 PD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이런 연예인들이 자주 출연함으로써 오히려 우리 연예계에 국제적 감각을 불어넣고 있다”며 “이들이 성장하면 해외 연예계 진출도 모색할 수 있다”고 적극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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