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정기적인 승진인사에서 일부 직원들을 누락시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심의 공정성을 두고 안팎의 논란이 거센 가운데 직원들 길들이기 차원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5일 복수의 방통심의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사무처 승진인사에서 승진 소요연한이 경과한 7급 직원 18명 가운데 3분의 1인 6명이 승진에서 누락됐다. 기존 방송위 시절부터 그동안 6~7급 직원의 경우 승진 소요연한인 2년이 경과하면 일괄 승진시켜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인사는 특히 공안검사 출신 박만 위원장과 청와대 행정관 출신 박영찬 사무총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인사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방통심의위 한 관계자는 "신입직원들(7급)의 업무는 아직까지는 대부분 선배직원들을 보조하는 역할”이라며 “이들에게 업무수행 능력과 실적에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있다고 그간의 관례를 깨면서까지 승진에 차별을 두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사무처 직원의 업무수행 능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신입급 직원이라 해도 능력과 실적에 따라 승진에 차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최광호 운영지원팀장은 "과거에도 선택적으로 업무 능력을 평가해 승급을 누락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 인사는 실국장 평가를 통해 이뤄진 부분이다. 인사변동이 있으면 내부에서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줄세우기라는 지적을 일축했다.

관계자는 하지만 "과거에 징계를 받거나 특별히 문제가 있는 직원 한두명에 대해 그런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차등을 둔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른 관계자도 "보통 7급에서 5급까지는 자동 승급이 되고 4급에서 3급으로 올라갈 경우 인사권이 적용됐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가 밝힌 업무 수행 능력과 경쟁력 강화는 명분일뿐 실제 목적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무처 직원들이 사측의 업무지시를 적극 따르도록 하려는 의도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직원들도 방통심의위가 말단인 7급 직원부터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향후 자신도 승진에서 배제될까봐 눈치를 보고 심의위의 정책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방통심의위는 또한 3급 팀장 이상 간부들의 경우 올해부터 성과급 제도를 신설했다. 문제는 성과급 예산을 별도 책정하지 않고 기존에 시간외 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폐지해 성과급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방통심의위의 성과급 신설 제도에 따라 3급 팀장급 인사들은 올해 1월부터 평균 연 400만~500만원에 달하는 시간외 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이 급여에서 삭감됐다. 실질 임금이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성과급 적용을 받지 않는 일부 4급 팀장, 차장들과 임금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통심의위 노조의 한 관계자는 "3급 팀장들은 평균 6~7% 이상 급여가 삭감됐지만, 간부로서 보직이 걸려있고 노조의 보호도 받지 못해 대부분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지상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김미화의 여러분>을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처음으로 모니터 접수가 아닌 자체적으로 공정성 심의를 올린 것도 인사조치와 성과급 제도가 통제 장치로 발전해 직원들이 눈치보기를 넘어 충성도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계자는 "정권말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측이 과거의 관행을 깨면서 사무처 직원들을 몰아붙이는 의도는 뻔한 것 아닌가?”라며 방통심의위 사측과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에 대한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해서 인사권과 급여를 가지고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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