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부 부처의 주요정책 추진실태를 보고하는 문건에서 정부가 나서 '촛불 지우기'를 한 행적이 드러났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이 지난 2009년 3월 31일 작성한 '월간정책모니터링 결과 보고'를 보면 행정안전부가 촛불집회 단체들은 제외하고 보수단체가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도록 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문구가 나온다.

보수단체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왜 행정안전부가?

보고서에서는 "09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사업의 유형별 배정금액 결정에 있어 과거 비영리민간단체의 지원 보조금이 좌파 단체에 지원되어 촛불집회 등 불법 폭력 시위 자금으로 사용되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합리적인 공익심사위원 선정을 통해 실질적인 공익활동에 보조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고 나와 있다.

특히 보고서는 "2. 27 안전정책협력과장(정모씨)은 퇴근도 하지 않고 '국민행동본부'가 시한내 지원금 신청을 접수토록 하는 등 보수단체 지원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관련 부처에서 불법시위단체의 지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을 협조 요청하는 등 열의를 가지고 관련업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촛불집회 참여 단체를 미리 찍어 지원대상에서 배제시키고 보수단체에게 지원금을 몰아줬다는 얘기다.

실제 2009년 2월 27일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마감일 당시 보고서대로 보수단체들은 대거 등록한 후 석달 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금 대상이 됐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사업은 '중앙행정기관에 등록한 비영리민간단체'로 한정해 지원 대상을 모집했는데 2009년 2월 1일부터 마감일인 2월 27일까지 비영리민간단체로 지원한 단체는 예비역대령연합회(대표 신영철), 국민행동본부(대표 서정갑), 시대정신(대표 안병직) 등 뉴라이트 계열 단체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더욱이 2월 27일 공모 마감일에는 문건에 나와 있는 대로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대표 박세직) 등 3곳이 등록했고, 2월 17일부터 27일까지 등록한 단체는 2월 한 달간 등록한 단체 24곳 중 19곳에 달했다.

당시 비영리민단단체로 등록한 24개 단체 중에는 푸른한국(대표 박성수)과 푸른희망연대(대표 차미숙) 등 4대강 살기기와 저탄소 녹색성장을 정책으로 내건 단체들도 포함됐다. 보수단체를 지원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 홍보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보수단체의 무더기 등록사태 지적이 일면서 당시에도 졸속, 부실 심사 의혹이 제기됐는데, 문건으로 보면 행정안전부가 애초부터 보수단체를 지원할 목적으로 비영리민단체 등록 마감일에 보수단체를 등록시키는 등 정부 부처가 나서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반면, 행정안정부는 “불법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 “구성원이 소속단체 명의로 불법 시위에 적극 참여하여 집시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한글문화연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등 진보 성향 단체 6곳을 제외했다.

하지만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대표는 지난 2004년 열린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2008년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를 받고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시민단체에 있던 한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마감일 3~4일 전에 승인 받은 보수단체 7곳의 등록 서류를 검토했는데 비영리단체 선정 요건으로 법 시행령에 규정한 회원 규모, 1년간 공익활동 실적, 입주 계약서 등을 아예 안 넣거나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당시 문제제기를 강하게 했는데 그게 법을 위반한 불법 행정이었고, 주체가 공직윤리지원관실로 연결된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초중등학생은 미국산 쇠고기 홍보 대상

이번 문건 안에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미국산 수입쇠고기 대책 홍보를 대대적으로 벌인 내용도 나온다. 한쪽으로 촛불집회 단체를 찍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한쪽으로는 정부 부처와 학생을 동원해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 나선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이 지난 2009년 2월 27일 작성한 '월간 정책 모니터링 결과 보고'를 보면 초중등학생에 대한 수입쇠고기 대책 홍보 내용이 나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인 '관련 말씀'으로 "막연한 홍보 가지고는 잘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초등학생, 중등학생에 맞는 홍보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애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홍보가 되느냐 이게 중요하지"라며 ‘지시일자 및 계기’로 지난 '2008년 6월 24일 국무회의시'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지시사항 이행계획 실적으로 "대통령 지시사항 쇠고기 관련대책 홍보 실적파악 보고"라며 지난 2008년 7월 30일부터 8월 20일까지 학생, 학부모 등 25,800여명에게 홍보한 것을 실적 대상으로 꼽았다.

이행 상황 평가 란에는 "전국 모든 학교에서 홈페이지 및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등에게 쇠고기 대책홍보를 실시하여 수입쇠고기의 광우병관련 불안감을 불식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