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조사 중단 선언 이후에도 방송사 일부에서 시청률조사 결과가 PD들에게 공공연하게 통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 PD들에 따르면 시청률 조사결과가 편성 담당자를 통해 PD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일부 주요프로그램의 경우 고위간부가 직접 시청률을 확인, 담당 PD에게 은밀하게 전달하고 있다.

중단 선언을 한지 한달이 갓넘은 시점에서 이같이 시청률 조사 결과를 공공연하게 유포하는 것은 “시청률에 얽매인 졸속제작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시청률 조사 결과를 받지 않겠다”고 한 방송사들의 선언이 ‘대외용’에 불과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KBS는 일요일 방송되는 ‘슈퍼 선데이’의 시청률 결과를 편성 담당자가 직접 전달해 프로그램 제작에 참조하게 했고 일부 부장들이 일선 PD들에게 시청률 결과를 보여주었다. SBS는 한 국장이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코미디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떨어지자 담당PD에게 “너무 떨어졌다”는 언질과 함께 시청률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일선 PD들 가운데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평가할 기준이 없어 다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방향을 잡기 힘들다며 자신이 직접 시청률 조사기관인 <미디어 서비스 코리아>나 광고회사로 전화를 걸어 결과를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방송사 사장들이 정치적 외압의 의혹까지 받아가며 무리하게 시청률 조사를 중단한 것은 졸속행정”이며 “공익성, 완성도 등 방송 평가의 잣대를 다양화한다면 시청률 조사가 프로그램 질저하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도 시청률조사는 시청률 과당경쟁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에 앞서 프로그램의 객관적 평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므로 획일적인 조사중단 보다 조사결과 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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