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간부급 인사들이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앞서 10년 이하 146명 기자들은 전날 "기자 사회가 곪아터지고 문드러져도 여전히 사무실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선배의 모습은 저희를 더욱 슬프게 한다"며 선배들의 파업 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KBS 드라마국, 다큐, 교양국 등 팀장 보직을 맡고 있는 PD간부 25명은 3일 성명서를 통해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사퇴를 포함한 김인규 사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간부급 인사 수십명이 실명을 내걸고 집단 의사를 표명한 것은 KBS파업 역사상 처음있는 일로 KBS 파업 국면에서 큰 동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들은 성명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1차적 책임자로서, 경영진과 현업PD들의 소통을 매개해야하는 초급 간부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렇게 호소문을 띄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월급이 나오지 않을 줄 알면서, 징계가 뻔히 보이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밖으로 달려 나가는 후배들이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이런 우리들의 안타까움과는 달리 파업에 임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너무도 의연하고 당당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모습은 그러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들은 특히 "괴로웠던 것은 매일 후배들의 등급을 매기고 동태를 파악해, 그들의 월급을 깎고 징계에 회부할 근거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측의 징계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폭로한 셈이다.

이들은 성명이 나온 결정적 이유에 대해 "또다시 수십 명의 후배들이 징계 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참담한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들의 기대가 너무도 안일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파업에 대응하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모습 대신 진정성 없는 호소문 시리즈와, 온갖 경로를 통해 가해지는 징계에 대한 독촉과 압박, 엄포가 전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책임의 크기는 직급이 높을수록, 선배일수록 클 것이다. 하루속히 후배들이 제작현장으로 돌아 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며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김인규 사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KBS 이사로 사장공모신청을 포기하면서 스스로 "제 자신 평소에 KBS맨, 또는 방송인 김인규다, 이렇게 자부를 해왔는데, 낙하산 인사, 정치인 김인규, 이렇게 매도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저를 둘러싸고 혼란한 KBS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어제 결심을 했다"는 말에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퇴진 요구다.

이들은 끝으로 "시간이 지나도 우리들의 터전 KBS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공영방송으로 남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경영진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에 참여한 명단이다.

강희중 (시사제작1부 팀장), 김성근 (드라마2 팀장), 김정균 (다큐2 팀장), 김정중 (다큐1 팀장), 김형준 (콘테츠기획부 팀장), 박현민 (편성기획부 팀장), 박복용 (다큐2 팀장), 송철훈 (다큐3 팀장0, 심광흠 (편성기획부 팀장), 안창헌 (교양1 팀장), 이건준 (드라마2 팀장), 이건협 (다큐1 팀장), 이금보 (2TV편성부 팀장), 이명신 (콘텐츠 사업부 팀장), 이석진 (교양2 팀장), 이상헌 (1TV편성부 팀장), 이태경 (방송문화연구소 팀장), 장성주 (다큐3 팀장), 장영주 (다큐2 팀장), 전흥렬 (교양3 팀장), 최석순 (교양1 팀장), 최성일 (교양3 팀장), 최인성 (교양1 팀장), 한창록 (다큐1 팀장), 황의경 (드라마2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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