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 참가자 중 입사 10년차 이하 기자 146명이 공동성명을 냈다. 선배를 향해 함께 공정보도를 위한 길에 나서자는 내용이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선배, 이것 하나만 묻겠다. 정녕 우리 뉴스가, 우리 프로그램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공영방송 본연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집단행동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안에 계신 선배도, 밖에 나와 있는 저희 후배들과 비슷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들은 파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한때 땡전뉴스로 조롱받던 KBS뉴스를 한국 언론의 중심으로 이끌어 올린 주역이 선배들이었음을 저희는 기억한다"며 "그러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온 우리 뉴스는 이제 따르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로, 멸시와 조롱의 대상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토론이 사라지고 회의 결정사항이 하달되면서 저희의 자괴심과 분노는 쌓여만 갔습니다. 아는 대로 취재하지 않는 부끄러움이 저희를 밖으로 이끌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요즘 저희는 우리 방송이 외면했던 전국 곳곳, 각계각층의 시청자들을 만난다"며 "우리 뉴스였다면 만나지 못할 취재원들에게 비로소 제보를 받고, 기대치 않은 관심과 격려도 받고 있다. 끝 간 데 없이 추락해온 KBS 저널리즘의 바닥을 이렇게 확인하고 또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기자 사회가 곪아터지고 문드러져도 여전히 사무실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선배의 모습은 저희를 더욱 슬프게 한다"며 "저희는 선배의 이름과 옛 모습을 하나하나 기억하는데, 도무지 선배의 존재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보도자료와 후배의 취재 내용을 베껴 쓰며, 그저 연차만을 앞세워 간부 일동으로서 선배 노릇을 하고자 한다면, 저희 역시 선배로서 당신에 대한 존경을 이제 철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화섭 보도본부장에 대해서도 ‘총리실 사찰 문건’을 특종 보도한 후배 기자들에게 징계를 통보하고 단체행동권을 영구 포기해야 사퇴하겠다고 말했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기자 집단이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을까"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끝으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더라도, 저희가 하는 일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이제 저희들의 손을 잡아달라"며 "같은 곳에서 함께 어깨를 걸어달라. 선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KBS 파업 규모는 600~700명에 이르고, 서울에서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은 약 350~400명이다. 관계자는 "이번 성명은 후배들이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정보도를 찾게 해달라고 하고 있지만 '보도본부 간부 일동'이란 이름 뒤에 파업을 비판하고,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선배들을 향한 것"이라며 "조합원이면서도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선배들에게도 현재 국면에서 참가해달라는 호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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