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사찰문건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대국민 사기행위를 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박영선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위원장은 1일 오후 민주통합당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청와대 주도 하에 영포라인이라는 특정 인맥을 통해 이루어진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국민 뒷조사 사건"이라며 "청와대는 진상고백이나 사죄 없이, 사찰의 80%가 참여정부에 이루어진 것처럼 대국민 사기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자료라고 발표했는데 그렇다면 왜 그토록 2년 전에 증거 인멸을 무리하게 했을까? 왜 대포폰을 지급하면서 노무현 정부를 비호했을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가 폭로한 문건 중 80%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경찰 직원인 김기현 경정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되기 전에 경찰 직무활동과 관련하여 작성한 것으로 사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주장이다.

KBS 새노조가 폭로한 문건은 참여정부 시절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촛불시위를 계기로 만들어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에 파견된 김기현 경정이 가지고 있던 USB(저장장치) 3개에 있던 것인데, 검찰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관한 증거를 압수하면서 그 사건과 관련없는 내용의 문건이 들어있는 USB도 압수해갔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청와대가 밝히고 있는 문서는 모두 적법한 인사 및 직무 관련 문서"라며 "대상도 경찰청 소속 경찰이며, 그 내용, 목적, 수단도 적법한 범위 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참여정부의 민간인 사찰 증거로 밝힌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 ▲2교대 근무전환 관련 동향 등 3건의 문건 역시 김기현 경정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아닌 경찰에 근무하면서 작성된 것으로 통상적 직무범위 내의 자료라고 반박했다. 한 지상파 뉴스에 보도된 노무현 정부 시절 2007년 9월 작성된 사찰 문건 대해서도 "경찰청 감사관실이 고양경찰서 인사관리 실태를 보고한 공식 문건"이라며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민주통합당은 오히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된 경찰 직원이 국무총리실 파견 전 경찰청 업무과정에서 취득한 인사 및 직무감찰 자료를 왜 개인 USB에 불법적으로 소지하고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검찰은 참여정부 시절의 적법한 직무 자료를 활용하여 경찰의 인사개입 또는 불법사찰에 활용하였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민주통합당은 나아가 이번에 드러난 민간인 사찰 문건 이외에도 검찰이 압수한 문건이 추가로 더 있다면서 "MB 정부의 불법 민간인사찰 문건을 전부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실제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5형사부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이 피의자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 권중기 경정를 압수수색해 "USB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임의 제출의 형식으로 제출하게 되었다"고 나와있다.

박영선 위원장은 "지금까지 저희들이 정리한 민간인 사찰 명단만 해도 수십건"이라며 김유정, 박찬숙 의원, 박용현 한겨레21 편집장, PD 수첩 작가, 서경석 목사 등 수십명을 언급했다.

이날 새롭게 밝힌 '고위공직자 동향 보고 자료'에도 한 공무원과 내연녀의 불륜 현장을 분 사이로 사찰한 내용이 담겨 있다. 공직자 기강 확립 차원을 넘어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다. 문건에는 19시 15분부터 22시 3분까지 행적으로 "불상지에서 내연녀와 음주(비틀거리는 등 이후 행동으로 보아 상당한 음주를 하였으며 내연녀는 얼굴만 약간 붉어질 정도로 음주)"라며 상세히 적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주장에 동조해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양비론을 펴고 있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면 겨냥했다.

박 위원장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공직 기강을 잡기 위한 감찰과 정권의 정적과 비판세력, 민간인을 사찰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 어리석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2년 전 민간인 사찰 사건이 터졌을 때 단 한마디로 하지 않고 침묵하다 '더러운 정치'와 단절하겠다고 했는데 그럼 지금까지 더러운 정치를 한 MB 정권고 공생하다가 빠져 나가려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더 이상 자신의 책임을 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피해자라고 스스로를 말해서도 안된다. 박근혜와 이명박, 두분은 정치적 동업자"라며 "동업자끼리 서로 경쟁했다고 해서 동업자 처지가 바뀌지 않는다. 함께 사죄하는 것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할 일"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심상정 공동대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 스스로 잘못된 과거와 깨끗이 단절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며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즉시 이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고 스스로 국민 앞에 사죄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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