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KBS 새노조가 폭로한 사찰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됐다고 반격에 나섰지만 핵심을 빗겨간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31일 "80%가 넘는 2200여건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이라고 밝히면서 "현 정부에서 작성한 문건은 공직자 비리와 관련된 제보, 투서,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조사한 400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수석은 "사찰 문건 대부분이 지난 정부에서 작성됐지만, 민주통합당은 마치 2600여건 모두 현 정부의 문건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의 해명은 문건의 양과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뒤섞으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KBS 새노조가 입수한 문건 중 상당수(청와대 80% 주장)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이라는 것은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이 문건들은 감찰 업무를 맡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이 작성한 것이다. KBS 새노조 측은 해당 내용 역시 정당한 감찰 활동을 통해 작성된 자료라고 밝히면서 "모든 문건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합법과 불법 여부다. KBS 새노조는 당초 문건을 폭로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이 입증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BH하명'이라고 뚜렷하게 명시된 문건에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주변 인물 사찰 뿐 아니라 KBS, YTN 동향 보고, 국회의원 내사 지시, 4대강 비판 정보 유출자 색출 지시 등 합법적인 감찰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을 토대로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인 불법 사찰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 작성된 내용 대부분 불법 딱지를 붙일 수준의 사찰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개 문건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문건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공직자 감찰기구로 출범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은 7개팀으로 이뤄졌고, 창설 멤버가 40명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문건 내용으로 짐작했을 때 나머지 6개팀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KBS 새노조는 청와대의 반박에 대해 "총리실 사찰 사태의 핵심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면서 "청와대가 밝힌 '80%는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사찰 문건'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는 "청와대가 말하는 80%의 문건은 대부분 경찰의 내부 감찰이나 인사 동향 등 단순 보고 문건"이라며 "청와대가 언급한 문건들은 <리셋KBS뉴스9>가 보도한 민간인과 정관계 인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불법 사찰 문건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건 중에 문서 작성 시기가 누락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가 주장하는 노무현 정부 시기 작성된 문건도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직접 사찰에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면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관련 특검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한 만큼 청와대는 보고받은 하명사건의 명단과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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