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가 30일 오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내용을 담은 2차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우선 정권에 비판적이면 정관계, 단체, 민간인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사찰이 이뤄진 정황이 뚜렷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의 사찰 내용도 포함돼 있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 감찰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떠나 철저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찰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이세웅 전 한국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등의 이름이 올랐고, 사건 처리 진행 상황을 명시했다. 이들 모두는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인사다. 청와대의 '충남홀대론'을 비판한 당시 이완구 충남지사도 하명 사건 처리 대상이 됐다.

이 문건에는 또한 촛불집회 검거 수범사례 보고, 문제단체 현황, 인터넷 VIP 비방글,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서울대 병원 비방벽보 등이 하명사건에 올랐다. 2008년 당시 한창 촛불 시위가 일면서 정부 비판 여론이 잠재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09년 첩보 입수 대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피내사자'로 각종 단체 사람들의 첩보 내용을 명시해놓고 있다. 문건 중에는 금품수수와 비리, 부적절한 접대 관련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철저히 탄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하명사건 처리부’ 문건에는 조선일보 박은호 기자가 쓴 "댐을 세우면 수질 되레 악화"라는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환경부내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라는 '총리실' 하명에 따라 사건을 종결시킨 것으로 나와있다. 환경전문기자인 박 기자는 내부자의 말을 빌려 4대강의 환경오염 문제를 줄곧 제기해왔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에서는 임호선 진천경찰서장이 ‘대운하 반대 등 국정철학과 배치되는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 대상에 올랐다.

2009년 당시 김유정 민주당 국회의원도 사찰 대상이 됐다. '2009년 내사처리부(자체)' 제목의 문건에서 김 의원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경찰청 홍보담당관실로 용산사태 대비책 관련 E-메일 발송 확인 사항"이라는 하명 내용에 따라 사찰 대상이 됐다.

김 의원은 2009년 2월 11일 용산참사에 대한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설 연휴를 전후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이 경찰 홍보담당관실로 '용산 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시키려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문건을 보냈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2009년 당시 박진규 대전동부경찰서장의 경우는 서울동작서장 재임 때 호남향우회를 결성해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호남편중인사로 조직내 위화감과 불신(을)조성"했다며 사찰 대상이 됐다.

정권 비판적인 민간단체에 대해서는 '좌익세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동향을 보고하도록 했다. '2009년 정책 점검 대장(자체)'라는 문건에서는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하도록 했다.

반면 '2009년 제도 개선 대장(자체)'에는 "행정안전부에서 비영리민간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보수단체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 강구"하도록 했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2009년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보조금 49억원을 지원하는 공익활동지원사업 대상에서 ‘촛불시위 참가 단체’ 6곳을 제외시키면서 예비역대령연합회(대표 신영철), 국민행동본부(대표 서정갑), 시대정신(대표 안병직) 등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단체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하지만 선정된 보수단체들이 사업공모 마감을 앞두고 한달 간 무더기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거나 심지어 사업공모 마감일에 등록하는 등 행안부의 졸속, 부실 심사 의혹이 일었다.

2010년 김종익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한 사건을 심층 취재한 내용도 자료에 포함됐다. 'PD수첩 방영 내용'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방송 내용을 일일이 문자화했고, 'PD수첩 방영 내용 중 허위 내용'이라는 문건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방송 내용을 적시하고 바로 옆에 '우리측 주장 및 사실관계'를 실었다.

일례로 PD수첩 앵커가 "김종익씨처럼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명예훼손으로 수사방향을 돌린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라는 대목에 대해 "처음부터 명예훼손과 공금횡령 2가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수사방향을 돌린 것이 아님"이라고 반박하는 식이다.

또한 '김종익 비리 관련' 문건에는 영등포 지역의 신용정보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에 대해 "김종익과 철천지 원수로 동기 부여시 고급정보 확보 개연성 높음"이라고 파악했다. 사찰 대상자가 된 사람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까지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찰 문건이 정국을 뒤흔들 정도의 휘발성이 큰 사안인 만큼 야권도 전면 문제 제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MB심판국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는 4월 1일 사찰 관련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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