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가 민간인 사찰뿐 아니라 언론인을 포함해 무차별적으로 사찰해온 문건을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KBS 새노조는 <리셋(Reset) KBS 뉴스9>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동안 작성한 불법사찰 문건 2619건을 입수해 일부를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청와대가 KBS·YTN·MBC 등 방송사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나와있다.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에서는 보고의 담당관은 원충연 조사관, 비고에는 BH(청와대) 하명으로 적시돼 있어 청와대에 사찰 내용이 건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라는  문건에는 YTN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것에 대해 검찰에 항소하라고 건의하라고 나와 있어 노조 측은 "문맥상 사측이나 총리실에서 항소를 건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명시돼 낙하산 사장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YTN 배석규 사장에 대해 "신임대표 이사로 취임한 지 1개월여만에 노조의 경영개입을 차단하고 좌편향 방송시정 조치를 단행했다"면서 "전 정부때 차별을 받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KBS와 관련해서는 'KBS의 색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한 후 수신료 현실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사실상 언론 장악을 통해 정부의 정책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2008년 KBS 김인규 사장을 지지하기 위해 결성된 사조직 수요회에 대해서는  "친정 체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후 김 사장은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동향출신 박갑진 씨와 수요회 출신 이정봉 씨를 인사실장과 보도본부장에 임명했다.

또한 2009년 11월 9일 작성된 ‘1팀 사건 진행상황’이라는 문건에는 <한겨레21> 박용현 편집장과 역대 작가들도 사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문건에는 낙하산 사장을 통해 언론을 장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정보도와 낙하산 사장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파업에 대한 정당성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KBS 새노조는 노보를 통해 "KBS 노동조합의 성향 분석은 물론, 김인규 특보 사장에 대한 인물평가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특히 YYN 관련 문건에서는 파업주동자에 대한 법적 대응 지침까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가 공개한 문건에는 언론인뿐 아니라 공직자에 대한 감찰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어청수 청와대 경호처장과 강희락 전 경찰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등에 대한 업무능력과 비위 등을 감찰한 내용의 '복무 동향 보고서을 포함해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윤여표 전 식약청장, 최성룡 전 소방방재청장, 류철호 전 도로공사 사장, 윤장배 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도 사찰 대상으로 꼽혔다.

문건에는 ▲국정철학 구현 ▲직무역량 ▲도덕성 등의 항목으로 나뉘 공직자들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사찰 대상에는 경찰 쪽을 감찰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경찰대학 교수 등 간부에 대한 사찰 내용뿐 아니라 경찰 내부망을 통해 비판적인 게시물을 올린 하위직 경찰 공무원에 대해서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고, 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 클럽에 대한 사찰내용이 150여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공직자뿐 아니라 야당 사찰 내용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의원을 포함해 전직 경찰 고위간부를 지내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홍영기 전 서울청장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대 병원노조의 경우 광우병 논란 당시 병원에 이명박 대통령의 패러디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이향춘 서울대 병원 노조 사무국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벽보 하나 가지고도 사찰한 것이 경악스럽고,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사찰을 했다는 생각헤 섬뜩하다"고 털어놨다.

KBS 새노조 송명훈 기자는 "총리실에서 증거를 인멸해 대부분의 자료는 사라졌고, 따라서 취재진이 들여다본 파일은 극히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찰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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