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에 대한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때문이다.

12.12 사태를 주도하고 국군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핵심참모이자 5공 설계자로 위세를 떨쳤던 허화평 이사장은 TV조선의 시사토크쇼에 출연해 5공화국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못을 박고 5공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비난 여론은 허화평 이사장의 발언뿐 아니라 TV조선의 방송 의도가 무엇이냐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단 한번도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군사독재정권을 정당화하고 있는 허화평 이사장을 출연시킨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허 이사장이 해당방송에서 한 발언이 워낙 시대착오적이어서 TV조선이 문제적 인물을 출연시켜서라도 주목을 받고 싶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TV조선은 27일 <최박의 시사토크 판>에서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24년 만에 첫 TV 출연'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허화평 이사장을 출연시켰다. 사회자인 최희준 TV조선 취재에디터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서운 분"이라는 말로 허화평 이사장을 소개했다.

5공 피해자 사과?… “대가 이미 지불했다”

허 이사장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특히 5공 피해자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단 한번도 '사과'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허 이사장은 "국가를 위해서 그 길밖에 없었다는 입장이고 계획하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피해에 대해서는 늘 미안하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적으로 얘기할 때는 시비가 된다. 한쪽에서 정당하다고 하고 상대는 인정을 안하는데 자칫 항복을 강요하거나 항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이사장은 “잘못을 계속 인정하라고 하는데 청문회 정국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다. 전직 대통령이 백담사 생활을 했고, 검찰 수사를 받았다"며 "TV 언론 매체에서 끊임없는 비판을 받았다”며 “사과를 안하고 상관없이 그만큼 했으니까 잘못했다면 충분히 대가를 지불했다고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심지어 "군인도 중간에 죽은 사람이 많았다"며 5·18 당시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듯한 말도 했다.

허 이사장은 '민간인이 총에 맞은 경우와 군인을 동일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지적에도 "지엽적인 문제"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특히 박은주 조선일보 문화부장은 "검찰 수사 받다 자살한 대통령"이란 표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들어 5공 피해자에 대한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노 전 대통령은 비리 의혹에 자살까지 했는데 5공 피해자에게 사과 정도는 할 수 있는게 아니냐는 취지였지만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을 동일선에 놓고 비교해 논란이 예상된다.

군사독재정권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허 이사장은 "전두환 대통령의 집권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당시 상황이 전 대통령 등을 떠밀려서 자의반 타의반"이라면서 "소위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세력들은 다르다. 내가 여기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무책임하게 놔둬서 나라가 쓰려져도 되는 것인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것"이라며 5공의 탄생은 정당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어떤 정부도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서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를 마무리한 정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한 최초 정권"이라고 치켜세웠다.

5공은 중산층 만들고 민주화 기여한 정권?

5공화국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소재로 활용됐다.

허 이사장은 "DJ의 경우 열심히 했는데, 사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우리 국민을 분열시킨 부분이 굉장히 많다"면서 "그분들이 (당시)정권 잡았으면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 근대화라는 것은 상당부분 후퇴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 정부의 탄생 역시 5공의 업적으로 돌렸다. 허 이사장은 "(5공은)중산층을 만들어낸 정부다. 증산층이 없는 사회는 민주화가 안된다"면서 "훗날 역사 기록에서 그때 중산층이 생겨서 민주화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 건인 '전 재산 29만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재판부가 재산상태를 서면보고하라니까 전부 뒤져서 나온 게 '전 공무원 한 통장 갖기 운동'때 만든 휴면계좌 2개였는데, 그걸 합친 게 29만원"이라며 "그것이 언론의 재미있는 메뉴로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5공이 가장 청렴하고 모범적인 정부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청와대를 떠날 때까지는 확실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 비자금 문제가 복잡해졌지만 전 대통령은 대부분을 돈을 사용하신 분"이라면서 "우리 정치 환경은 돈을 떠나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장에 갈 때 ‘그린피’를 내지 않고 세금만 내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전직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라고 말했다.

TV조선 색깔론 제기하려고 했나

TV조선도 보수적인 허 이사장의 입을 빌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신공을 선보였다.

TV조선 최희준 취재에디터는 특히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것이 친북, NL계들의 핵심세력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정치판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에 허 이사장은 "실정법 체계에서 자유주의 체재를 무너뜨리는 것은 상당히 문제"라며 "자유주의 사회는 사상의 자유가 있지만 주도적 이념이 있다. 바로 자유주의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허 이사장은 총선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경제평등화를 둔갑시킨 사회주의 용어"라면서 좌클릭하는 보수 정당에 대해서도 "이념이 없는 정치인과 정당은 정신나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누리꾼, "시청률 상승 마지막 발악한다"

허 이사장 출연 방송이 전파를 탄 후 이를 접한 누리꾼과 트위터리안들은 허 이사장의 발언을 올려놓고 성토하는 모습이다.

누리꾼 '처음처럼'은 자신의 블로그에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되돌리며 몇십년이나 우리나라를 퇴보시킨 자가 버젓이 나와 망발을 서슴치 않는 걸 보니 분노가 치밀었다"면서 "한마디로 *막장 방송이었다. 시청률 상승의 마지막 발악을 보는 듯 했다"고 비난했다.

트위터리안 'protectdolphin'는 "허화평 나와서 보기 싫은 종편 잠깐 봤는데 후안무치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네"라고 비난했고, 'cosmeticshin'도 ""내선택에 후회는 없다"는 등 망언을 해댔지만 아는 사람들이 없다. 애처롭군"이라고 비꼬았다.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를 비는 사람이 없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정수만 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혀 반성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세월이 흘렀고, 용서하고 화해하자고 하는데 용서을 비는 사람도 없고, 용서해줄 사람도 없다"고 성토했다.정 회장은 허 이사장과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5공 청문회 당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자기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합리화시키기 위해 군 내부에서 나도는 유언비어를 가지고 빨갱이로 몰고, 불순분자로 몰았다"면서 "5공 청문회는 5. 18을 세상에 오픈시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실질적으로 진실을 밝히는데는 부족했다. 당시 위증했던 사람에 대해서 처벌을 했어야 하는데 처벌하지 못해 국민들이 혼동할 수밖에 없었고 5. 18를 끊임없이 왜곡, 폄훼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5. 18 당시 사망사고는 대부분 군인들 사이의 오발사고로 인한 것인데 책임을 시민군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5월 24일 호남고속도로상에서 보병학교가 매복을 하고 있다가 이동 중인 11공수 병력에 시민군으로 착각을 하고 공격을 해서 당시 9명이 죽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면서 "설령 당시 군인이 시민군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군인으로 할 짓인가"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허 이사장의 발언은 국론만 분열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런 발언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면서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고, 시체도 못찾고 있다. 5. 18를 가지고 더 이상 농락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TV조선에 대해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편파적으로 한다면 언론으로서 역할과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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