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파업이 계속되면서 MBC에 이어 KBS도 대규모 결방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MBC의 경우 <뉴스데스크> 편성시간이 대폭 짧아지고, 대표 오락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결방되고 있는 가운데 KBS의 결방사태도 파업 여파로 인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KBS 간판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이 결방됐다. <추적 60분> 방송예정이었던 지난 28일 밤 11시에는 '심리 버라이어티쇼 1억의 초대'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KBS <역사 스폐셜>도 22일 결방이 됐고, 29일 밤 10시 방송도 로 대체돼 결방될 예정이다. 지난 23일 저녁 7시 30분 방송예정이었던 <소비자 고발> 역시 <특별생방송 세계평화를 향한 동행>으로 대체됐다.

특히 KBS 새노조 파업에 <1박 2일> 최재형 PD와 <남자의 자격> 조성숙 PD가 파업에 가세하면서 이번 주말 <해피선데이>도 결방될 가능성이 크다. 예능 프로그램 <승승장구>도 지난 27일 밤 11시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심리 버라이어티쇼 1억의 초대’ 1부 방송으로 대체됐다.  <승승장구> 박지영 PD도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KBS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평PD가 파업에 참가하면 편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에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 사측은 이번 결방 사태는 파업 탓이 아니라 원래 계획에 잡혀있던 파일럿 프로그램과 글로벌 프로그램을 부분적으로 편성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연초 업무보고 당시 편성센터장이 이번 해는 파일럿 프로그램과 글로벌 프로그램 등 편성 수요가 많고, 총선과 대선 등 국가적 대사가 많다며 부분 편성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사장에게 보고했다"며 "결방 사태는 파업과 무관한 것으로 연기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배 실장은 또 "노조의 파업이 끝나더라도 금년에는 기존 프로그램을 빼고 대체하는 부분 편성 현상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파업이 발생하면서 더 원활히 탄력적으로 부분 편성을 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KBS 사측은 이번 결방 사태가 파업과 무관하다고 입장이지만 애써 파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 파업의 의미를 축소시키기 위한 KBS 사측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실제 프로그램 제작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파업에 참가하면서 더 이상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추적 60분의 경우 평PD 전원(10명)이 파업에 참가 중이고, 간부만 남아있는 상태다. 외주 제작이 불가능한 탐사 취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연출 PD의 부재는 프로그램 제작에 치명적이다.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추적 60분> 강윤기 PD는 "지난 14일 방송은 성균관 스캔들 재방송으로 대체되고 21일에는 파업 전에 제작했던 아이템을 남아있는 CP가 방송에 내보냈다"며 "그런데 이제 앞으로 내보낼 아이템도 없고, 사람도 없고, 취재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강 PD는 이번 결방은 파업과 무관하다는 사측 입장에 대해서도 "파업 참가로 인해 결방된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서 중징계를 한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박했다.

강 PD는 "지난 2010년 파업 때는 결방이 되면 자막 스크롤로 불법파업이라고 적극적으로 알렸는데 현재 파업과 무관하다는 사측의 입장은 새노조가 소수이고, 이들이 파업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일종의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곧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파업과 관련돼 결방이 되고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한데 얼마나 허구적이고, 유치한 전략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강 피디는 "낙하산 사장 취임 이후 조직 문화가 퇴행되고 프로그램이 망가졌다"며 "이를 바꾸지 않으면 방송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지난주에는 핵안보정상회의 때문이라고 하고 이번에는 파일럿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면서 "다음 주부터 결방되는 이유가 총선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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