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식탁앞에서 잉크냄새 물씬 나는 신문을 펼쳐보는 우리는 매일아침 신문을 사보기 위해 집근처 신문가판대까지 나가야 하는 프랑스인들에 비해 얼마나 행복할까.

아침마다 사람들이 한손엔 바게트빵, 또 한손엔 신문을 들고가는 모습을 프랑스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아마도 낭만적이라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날 그날 신문을 사서 봐야하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같은 판매체계가 프랑스 신문의 구독률을 저하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스포츠신문과 경제신문을 포함, 전국 일간지가 16개가 넘지만 2차대전 이후 구독자수는 점점 줄어들어 인구 천명당 독자수가 1백75명, 총 5천5백만 인구에 총 신문배포수는 1천만부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그 원인은 앞서 말한대로 배달체계의 문제와 신문판매가격의 급등에서 찾을 수 있다. 1970년부터 90년까지 20년동안 프랑스 물가는 4배 오른데 비해 신문가격은 8배나 증가했다. 현재 프랑스 주요 전국지의 판매가격은 5~7프랑 수준으로 원화 8백~1천원 수준이다. 3대 전국지로 꼽히는 르 몽드가 7프랑, 르 피가로 6프랑 , 리베라시옹 7프랑 수준이다.

현재 프랑스 전국지들은 신문가격의 증가가 독자수 감소를 초래하고 독자수 감소는 광고수익 감소를, 광고수익 감소는 다시 신문가격의 증가를 낳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각 신문은 새로운 전문 경영진을 영입하고 편집을 개선, 가독률을 높여 독자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월 르 몽드가 단행한 편집스타일 개혁은 하나의 큰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 창간한 신문들은 4프랑 미만의 가격을 제시, 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구독률 저하의 큰 원인인 배급체계 문제는 쉽게 손대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랑스에는 신문판매소가 4만2천여개로 독일의 9만6천여개에 비해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신문배달원으로 학생들을 채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한국과 같이 저렴한 비용으로 신문을 가정에 배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프랑스의 신문 정기구독자들은 가판 아니면 우편으로 신문을 받아 볼 수 밖에 없는데 우편배달의 경우 배달시간이 늦고 운송비의 부담이 커 선뜻 우편배달을 신청하지 못한다. 정기구독료 또한 최소 6개월분(약 1천프랑)을 일시불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부담이 크다.

그런 관계로 프랑스에는 한국에서처럼 신문사간의 치열한 정기구독자 유치경쟁은 찾아볼 수 없다. 이사갈 때마다 신문보급소들과 잦은 충돌을 겪으면서 짜증을 내본 경험이 있는 우리들에게 프랑스의 사정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집에 앉아 저렴한 가격으로 편히 신문을 받아보는 우리의 상황이 거꾸로 프랑스인들에겐 낯설고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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