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은 여편도 야편도 안 들었다고 하는데,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에게 묻는다. 서울신문에 박근혜는 무엇인가?"

서울신문이 26일 4·11 총선을 앞두고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 지회와 서울신문 노동조합 공동 주최로 선거 공정 보도 대토론회를 열어 자유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서는 과거 정부 편향적 기사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이번 총선에서 서울신문 언론 보도의 지향점 등이 거침없이 제기됐다. 서울신문 편집국 구성원 40여명이 참여하는 등 열기도 뜨거웠다. 미래 권력에 대한 서울신문의 편집국의 입장을 묻는 대목에서는 기자들과 데스크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2월 24일까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신문 1면에 노출된 횟수는 32회. 동아일보 33회, 한국일보 28회, 한겨레 21회와 비교해볼 때 서울신문이 미래권력에 줄을 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이목희 편집장은 이같은 지적에 "우리는 미래 권력이 누가 될지 눈치를 보면 신문이 엉망이 된다. 그를 특별히 잘 쓰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통계를 보고 놀랐다. 우리 신문을 과학적으로 만들지 못했구나 생각했다. 박근혜에게 줄을 선다는 마음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장형우 노조 부위원장은 "양은 많이 나올 수 있지만 우리 신문에서 가지는 위치가 '구원자, 해결사 박근혜'라는 것이 문제"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이창구 위원장도 "새누리당의 주인은 박근혜이고, 야당 주인은 없다. 사안이 벌어지면 박근혜가 해결사로 나온다"면서 "새누리당 문제가 터지면 보도가 소극적이고 팩트가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이렇게 계속 가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이 편집국의 정치적 입장을 문제삼은 것은 실제 기사 보도와 편집 배치가 정부와 집권당에 편향적인 행태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3월 21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여론조사 조작 파문 사건이 터지고, 쌀직불금 문제로 공직에서 사퇴한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에 내정돼 논란이 일면서 다른 신문의 경우 대부분 1면 기사에 배치했지만 서울신문 1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군을 소개할 때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감동'이라는 단어가 서울신문 20~21일자 관련기사 3곳에서 제목으로 등장했다. 다른 신문에서 민주화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소위 말하는 감동 인물은 이색 인물 정도로 소개하는 것에 그친 것을 비교하면 이례적인 단어 선택이다.

과거에도 집권당에 유리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4월 28일 재보선 결과를 전하는 1면에서 조선일보는 "등돌린 중산층…한나라 분당 쇼크", 중앙일보는 "분당 우파의 반란", 동아일보는 "손학규, 날개달다…날개 꺾인 한나라", 경향신문은 "분당을 손학규 승리…한나라 재보선 완패"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서울신문에는 "재보선 야 사실상 승리"라는 밋밋한 제목이 달렸다.

불과 사흘 전 "야권이 분당을과 강원도에서 승리하고 김해을을 내주는 상황이다. 민주당으로선 최상의 결과"라는 서울 신문 보도 내용대로라면 "野 완승'이나 '與 완패' 등의 제목이 달렸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이 "상비약 약국 판매법안 표류", "의석 300석 문제", "공약 포퓰리즘" 문제 등 여야를 싸잡아 비판할 수 있는 기사로 1면을 장식하고 최근에는 진보 보수 성향의 신문을 가리지 않고 민간인 사찰 재수사 기사가 1면에 배치됐을 때 서울신문은 기사로 반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유동근 국제부 기자는 "제가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것은 서울신문은 선도적 문제제기에 공포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특히 정권을 겨냥하는 문제제기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해주면 따라가는 게 대체적인 경향"이라고 꼬집었다.

이목희 편집국장은 잇따른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 여당을 편든다고 한적이 없다"면서 "그런데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의도와 의지를 갖고 하는 데에는 약하지 않았나 하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국진 사회부 기자는 "(서울신문의 스탠스가)여당이 아니고 박근혜가 아니다라고 하더라도 외부 독자가 얼마나 납득할지 의문"이라면서 "빈말이라도 이건 이렇게 같이 해보자 그런 식으로 얘기가 나오길 바랐는데 안된다는 얘기 뿐이고 컨센서스가 없다고 하지만 그걸 만드는 것이 국장의 역할이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토론회는 2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결국 서울신문 선거보도 준칙을 마련하자고 의견을 모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서울신문이 마련한 선거보도 준칙은 ▲공정보도 ▲정책 대결 유도 ▲이슈 선점 강화 ▲지역주의 타파 ▲금권타락선거 배격 ▲신진, 소수, 여성 대변 목소리 적극 반영 ▲ 유권자 참여형 보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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