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보면 정말 일부러 걸려서라도 화제가 되고 싶은 게 아닌지라는 생각이 든다. 걸리라면 걸리라지 라는 배짱 아닌 배짱으로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개국 이후 종합편성채널 심의를 평가한 말이다.

종편이 선정성 논란을 자초하면서 수준 이하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방송 출연자들이 서로 몸을 더듬는 장면을 청소년보호시간대에 내보내는 과감한 모습도 보인다. 도저히 지상파 방송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선정성 논란으로 단연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채널A다. 12월 개국 이후 3월 현재까지 종편은 총20개의 프로그램이 심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이중 채널A는 절반에 가까운 9개 프로그램이 징계를 받았다.
종편 개국 초기 첫 심의 제재 조치를 받은 곳도 채널A다. 한 심의위원은 채널A를 두고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뼈깊은 농을 던지기도 했다.

채널A의 제재 조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의견제시 1, 권고 조치가 4, 주의 3 이고 특히 좀처럼 나오지 않은 시청자 사과까지 받았다.

내용으로 보면 선정성 문제가 두드러진다. 일례로 지난 2월 16일 주의를 받았던 채널A의 <생방송 연예 인사이드>에서는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연극을 소개했다.

방송에서는 모자이크로 처리해 팬티 차림의 남자와 전라의 여자가 포옹하는 장면, 짧은 치마를 입고 침대에 앉아있는 여자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남자가 더듬다가 여자를 밀어 넘어뜨린 후 키스하는 장면, 남자가 침대에 누운 여자의 상의를 강제로 벗기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탔다.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는 아예 대놓고 특정 제품의 기기를 설명하면서 간접 광고라는 형식도 뛰어넘어 심의위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방송 내용을 보면 특정 노트북을 보여주고 "1.3kg의 가벼운 무게에 두께가 채 2cm가 되지 않는다", "두랄루민 소재를 사용해서 알루미늄 대비 2배 강한 견고성과 내구성"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심의를 맡았던 장낙인 위원은 "무슨 홈쇼핑 채널을 보는 듯 했다. 아직까지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혀를 찼다.

다른 종편도 내용으로 보면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다. TV 조선은 <데이팅 인더 다크>라는 프로그램에서 2인의 남녀가 암실에서 몸을 더듬는 장면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했고, JTBC <이수근 김병만의 상류사회>에서는 제작진이 내는 퀴즈를 맞히지 못한 출연자에게 상대방이 스위치를 눌러 몸에 전류가 흐ㅤㄹㅡㄷ록 하는 내용을 방송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MBN 역시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라는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이 개○○(비프음 처리) 어딨어? 안 나와? 이 개새끼 이 씨○(비프음 처리)"등을 표현한 장면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했다.

일각에서는 종편들이 개국 초기 심의 기준이 느슨한 틈을 타서 선정성 프로그램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백미숙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연구교수는 “결국 선정적인 프로그램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종편의 현재 모습은 선정적 논란을 뛰어넘어 케이블 방송 수준의 창의적인 콘텐츠를 선보인다던가, 지상파 수준의 탐사 보도를 제대로 하던가 해야지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종편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 모습대로라면 권리금 받고 팔아먹으려고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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