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한 정보기술(IT) 언론사가 연말 결산 기획기사를 통해 1위로 선정한 한 PC 제품에 매력을 느끼고 당장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받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는 외형만 조금 차이가 날뿐 기존 PC의 성능과 비교해서 그다지 차별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제품을 리뷰하는 기사를 믿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린 IT 언론사와 업계의 유착관계 때문이다. 소위 홍보성 기사를 통해 언론사는 당장 수익을 얻고 기업은 제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면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IT 업계쪽 홍보를 맡고 있는 한 회사의 관계자는 아예 IT 언론사가 나서 기사에 따른 홍보 비용을 정해놓고 기사를 파는 행위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매체의 영향력과 리뷰기사, 기획기사, 프로모션 기사 등 기사의 종류로 분류해 비용이 책정돼 있을 정도로 홍보성 기사가 만연돼 있다는 게 IT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 기업 입장에서는 일간지 지면도 중요하지만 온라인 IT 언론사도 굉장히 신경을 써야할 대상으로 떠올랐다"면서 "신제품이 나와 어떤 제품을 밀어야할 때 온라인 언론사 편집부에 접촉해 돈을 주고 기사화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IT 제품이 나오게 되면 언론사와 접촉해 기사 종류와 건당 가격을 타진하거나 온라인 마케팅 즉 광고를 주면서 기사화를 결정하게 된다.

한 IT 기업의 경우 대행사를 통해 언론사와 접촉한 뒤 한 PC 제품의 부품을 쓰게되면 제품의 성능이 오래갈 수 있다는 기획기사를 부탁하면서 수백만원의 돈을 언론사에 건넸다.

객관적인 독자의 평가를 받겠다며 IT 언론사가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파워블로거들도 사실상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IT 언론사가 IT 기업 쪽에서 돈을 받고 홍보성 기사를 받으면 기사 뿐 아니라 블로거들에게 관련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기획기사 한건에 블로그 글 10개 정도를 돌려 홍보를 해주는 비용으로 2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홍보성 기사를 통해 당장 수익은 얻어도 언론사로서 편집권까지 침해당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리뷰 기사가 사실상 무가여서 실제 기자들이 제품을 받아보고 면밀히 장단점을 구분해 기사를 썼다. 그런데 이제 대부분의 리뷰 기사는 돈을 받는 형태로 변하면서 제조업체나 광고주들의 기사 수정 요구를 일일이 들어주는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기자들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전면 수정은 어렵겠지만, 전반전으로 편집권이 언론사 편집부에서 광고주로 넘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은 또한 언론사를 통한 홍보성 기사 뿐 아니라 주요 포털에 자사의 제품을 유리하게 홍보하기 위해 연관 검색어까지 조작하는 식으로 홍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의 스마트 TV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연관검색어, 블로그, 카페, 웹문서 등 주요 콘텐츠 제일 윗칸에 자사의 제품명이 나오는 식이다.

99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현재 PC사랑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 장지혁씨도 지난 1월 중순 리뷰 기사를 실을 수 있을지 의뢰하면서 프리뷰 기사 한 페이지를 진행하는데 비용이 얼마 정도냐고 묻는 하드웨어 업체 쪽 연락을 받았다.

장 편집장은 지난 2월 "기사는 안 팔아요"라는 제목의 데스크 칼럼을 통해  IT 언론사의 만연된 홍보성 기사 문제를 정면 제기하면서 “십여 년간 곯을 대로 곯은 문제로 매스미디어들이 동시에 멸종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장 편집장은 "당장 수중에 들어올 광고 수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인 독자를 외면한 채 기사를 광고화 상품화한 것이 매스미디어 자신"이라며 "말이 좋아 애드버토리얼이고 프로모션이지, 업체가 요구하는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대신 내주는 광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장 편집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가 될 수 없는 값어치의 특징 없는 제품도 기사화되는 것은 예삿일이고 소위 줄을 세우는 기사로 상반기, 하반기, 연말 결산이라고 해서 1위 제품을 홍보하는 기사는 100% 홍보성 기사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결국 이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언론사의 자정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편집장의 생각이다.

이미 누리꾼들은 인터넷 언론사들의 뉴스 기사에 대해 상업적인 면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매스미디어가 아닌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매스미디어 불신 행위가 계속되고 소셜 미디어가 강한 신뢰를 얻게 되면 결국 매스미디어의 생존 자체도 보장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장 편집장은 "일방성을 띈 매스미디어는 광고주 등의 요청에 따라 정보를 가공할 수 있었지만 소셜미디어는 그 자체가 안된다"면서 "내 목소리 내는 기사를 광고 상품 삼아 팔려 하지 말고 독자들이 대가를 지불하고 보려는 의지가 생길 만큼 좋은 기사를 만드는 것이 매스미디어가 언론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장 편집장은 마지막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블로거들의 부조리한 부분도 있지만 매체 기자들의 부조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며 "기자들을 뒷조사해서 홍보성 기사를 잡아낸다면 과연 전체 기자 중 몇 프로가 될지 정말 암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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