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문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야3당이 통신심의 폐지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통심의위 통신심의는 대통령 욕설을 연상시키는 트윗 계정 차단,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정부와 다른 견해를 나타낸 게시물과 쓰레기 시멘트 문제 등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게시물 등을 삭제하면서 정치, 표적 심의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방통심의위 통신심의 대다수가 행정기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고, 해당 게시물 중 97.6%가 삭제 등 조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상 상호 비판을 통한 자유토론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지난 2010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방통심의위의 불법정보 심의 권한을 민간 자율기구에 이양하라고 권고했고, 2011년 제17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프랭크 라 뤼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방통심의위의 심의 권한을 이양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같은 내외부적인 비판으로 인한 통신심의 제도 폐지 여론이 높아지면서 시민사회단체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진보네트워크 정민경 활동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통심의위 2기 체제에 들어와서 정치적 심의가 농후해지고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불법정보는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심의 요청이 오는데 대부분 일괄적으로 처리하면서 불법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시정요구가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불법성 심의 논란이 일 수 있는 표현물에 대해서는 권리 침해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신심의는 지난 2010년에는 4만여 건, 2011년 5만 7천여 건 등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사실상 방통심의위가 검열 기구로 변질됐다는 것이 정민경 활동가의 생각이다.

최근에는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한 패널들의 정부 비판적 발언을 문제 삼아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직접 나서 공정성 조항으로 심의 제재를 조치하면서도 정치 심의 논란을 확대시키기도 했다. 향후 대선에서 정치적 심의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심의 제도를 개선해야 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활동가는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신심의 제도를 폐지해야 된다"면서 "충분히 우리 인터넷 환경에서 걱정하고 있는 유해성, 불법성 정보 등을 자율 심의를 통해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행정기구가 심의하는 국가는 없다"고 못박았다.

방통심의위의 여야 추천 심의위원들의 6대3 구조에 따라 정치적 심의가 이뤄지는 구조도 개선시켜야할 대상이다. 동시에 인터넷 환경과 풍자, 개그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심의위원 개인의 문제도 크다라는 것이 정 활동가의 생각이다.

정 활동가는 권혁부 부위원장을 지목한 뒤 "권 부위원장은 1기에 이어 2기까지 활동하고 계신 분인데,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활동가는 "대통령 욕설 계정을 심의할 때 '어떻게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느냐,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분이고 심지어 블로그와 미니홈피, 트윗의 차이점도 모르고 있다. 어떤 표현물에 대해 어떻게 시대 배경과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심의를 할 수 있겠느냐"라면서 "권 부위원장은 옛날 시대의 지나간 분"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정 활동가는 방통심의위가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학교 폭력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단순화 시켜서 웹툰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인식이 문제"라면서 "어떤 표현물을 제한하기 전에 공적 기구의 권한이 어떻게 미칠지 그 책임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 활동가는 폭력 장면이나 코미디 프로에 대한 심의 제재 역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소재나 풍자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심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올해 8월 시행될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대신 아이핀 제도나 공인인증서 절차를 마련하라고 강제하는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아이핀 제도는 5개 민간업체(신용평가사)에 주민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위탁해놓는 구조가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활동가는 "5개 민간업체 중 한군데라도 뚫리면 기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규모를 뛰어넘는 유례없는 대규모의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며 "아이핀번호의 정보 변경 절차도 복잡하고 아이핀 제도의 인식(지난 5년간 10% 국민 인식) 역시 현격히 낮다"고 지적했다. 

정 활동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본인확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아이핀 제도를 통해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이 바로 모순”이라며 “본인 인증 절차를 강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는 오는 5월 15일 방통심의위 출범 4년을 풍자하는 각종 문화제와 심의의 부당성 등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