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2주년이 되는 26일 남북관계는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면서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남측에서는 이 사건을 ‘폭침’이라고 규정지은 데로 대북 군사적 경각심을 높이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46 용사' 묘역을 참배한 바 있고 이날 전국적으로 다양한 추모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과 북한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남측의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 피해자는 있는데 아직 그 피해의 원인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천안함 사건은 큰 비극이다. 젊은 용사 수십 명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참혹한 비극이다. 더욱이 이 사건이 한미 연합해상군사훈련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발생해 안보적 시각에서 충격적인 허점을 노출하고 사고 처리와 사고원인 조사 과정 등에서 세계가 비웃을 만큼 문제 투성이었다는 큰 오점을 남겼다.

정부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내용은 ‘어뢰’의 공격을 받아 장병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것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즉 △미국과 한국의 최첨단 이지스함 등 다수의 군함이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정이 무사히 도주했다는 군 당국의 추리는 일반적인 군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 △사고 해역은 잠수함 운항이 자살행위라 할 만큼 악조건이라는 점, △배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는 상황에서 배에 승선하고 있던 선원 가운데 폭음에 의한 고막 파열이나 물기둥에 의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천안함 파괴 상태가 어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 △어뢰에 붙어 있던 조개껍질이 천안함 사고 발생이전에 부착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 등이 지적되면서 의혹을 양산하는 상상력이 춤을 추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쪽이 미국이다. 미국은 사고 당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참가 차 이지스함 등 첨단 함선 다수가 참가한 것은 물론 첩보 위성과 정찰기 등을 통해 사고 해역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고 있었을 터이지만 지금껏 이 사건과 관련한 당시의 정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국제 사회에서 천안함과 관련해 갖가지 루머가 떠돌게 만드는 결정적 실마리가 되었다.

미국의 기이한 침묵 속에 사고 조사가 마무리 된 결과 북한의 ‘스텔스 잠수정이 이지스함의 탐지 기능을 완전 무력화 시키고 최첨단 어뢰로 공격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 가설이 진실이라면 세계 무기 시장에 대 지각 변동이 생겨야 했지만 지난 2년 간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세계의 무기 전문가들은 실상을 꿰뚫어 보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사고 발생 후 두 동강난 함선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선체에 공기를 주입한다는 기상천외한 발상, 인양 과정에서 전 세계가 주시하는 상황에서 미숙함을 드러내 조선업 세계 1위라는 나라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일이 꼬리를 이었다. 사고 진상 조사와 결론을 내리는 과정 또한 가해자 ‘북한’이나 ‘변호인’을 완전 배제한 채 이른바 검사와 판사가 서둘러 사고원인을 단정 짓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런 조사 결과의 치명적인 약점은 천안함 피해의 ‘가해자’를 국제법을 충족시킬 수준에서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이 국제적인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기게 되었다는 불행한 사실이다. 사고 원인 불명의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 것은 희생된 장병들을 욕되게 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전혀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는 여러 행사를 벌였다. 다수 언론은 그것을 증폭시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론을 내면서 대북 적개심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정국이 치달았다. 정부의 5·24 조치가 취해지고 명맥만 유지되던 민간차원의 남북 교류는 완전 차단되면서 대북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반발도 뒤따랐다. 하지만 남측 정부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물밑 교섭에서 천안함 사고에 대해 북한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고 구걸하는 일이 폭로되기도 했다.

천안함 비극 2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둘러싸고 한미일 등은 명백한 도발행위로 규정짓고 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우주탐사는 주권국가의 권리라면서 맞서고 있어 자칫 2009년 사태가 재연될지 모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은 물론 중국도 우주 탐사를 위한 위성 발사에 열을 올리면서 유독 북한에 대해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우주 조약의 정신에 정면 위배된다. 하지만 미운 털이 박힌 것으로 되어 있는 북한은 국제 왕따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국제 사회의 그런 비정상적인 분위기는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천안함의 비극이 재발치 않도록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이다.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계속 주둔시켜 중국의 목을 겨냥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명분은 한반도 정세 불안이 지속되어야 하고 남북의 대립이 일상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방치되는 것은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제 2의 천안함 사고가 재발할 여지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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