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말 그대로 새로운 소식을 말한다. 사람들이 뉴스를 보는 이유는 새로운 사건과 정보를 알기 위해서다. 그런데 과거 기사가 다시 현재 기사로 둔갑돼 새로운 뉴스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해당 기사를 보고 많은 언론사들이 사실 확인 없이 따라 베껴썼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기사는 23일자 파이낸셜 뉴스의 "낮에 이불 털면 서민아파트...아파트 황당벽보 논란'이란 기사다.

기사는 한 아파트의 벽보 내용을 바탕으로 씌여진 것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벽보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벽보에는 "당 아파트는 서민아파트가 아닌 평수가 큰 고급아파트다. 최근에 철탑 문제 해결로 당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즈음 낮 시간에 베란다에서 옷이나 이불을 털어 이를 외부에서 보면 서민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관경(광경)인 바 주민 여러분의 협조 당부 드린다"면서 낮 시간에 이불이나 옷을 베란다에서 털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사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서민아파트와 고급아파트의 기준이 무엇인지, 왜 이불을 털면 안되는지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기사 내용이 2005년 이미 기사화됐던 내용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5년 6월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은 '아파트에서 이불 털면 가격 떨어지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똑같은 공문의 사진을 실고 누리꾼들의 반응을 전했다.

2005년 기사가 현재 기사로 둔갑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 기사를 작성한 파이낸셜뉴스 기자는 "22일자로 작성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 내용을 보고 '뉴스'로 판단해 기사를 썼다"고 해명했다.

파이낸셜의 판단이 '실수'라고 한다면 해당 기사를 아무런 확인 없이 베껴쓴 언론사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파이낸셜이 오전 10시경 기사를 내보낸 이후 TV리포트와 조선일보, 머니투데이는 잇따라 '황당벽보', '서민 아파트, 고급 아파트 구별법?', '고급아파트의 체통 이불 털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파이낸셜이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매체의 받아쓰기 행태는 연성기사를 확대재생산해 클릭질 장사를 하고 있는 언론계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문제를 헤프닝으로 가볍게 넘기기 힘들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전체적으로 기성언론이 좀 더 해석 기능을 강화하고 전망하는 깊이있는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자극적인 낚시성 기사로 편중돼 있는 경향의 일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기성 언론들이 SNS상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는데 이번 문제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아마추어리즘을 답습한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경우"라며 "인터넷과 SNS는 기성 언론보다 수많은 편집자를 거치기 때문에 팩트 체크 기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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