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인데요"
"조선하고 인터뷰 안 해요"(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자)
"왜 안 하세요?"
"몰라서 물어요?"

TV조선이 자사의 뉴스를 통해 야당 정치인의 취재거부 사태를 전하는 등 종편 개국 이후 취재환경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고민을 털어놓는 모양새지만,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보도 프로그램 제작환경과 시청률 하락에 따른 고민을 외부의 요인으로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야권-기자단 암묵적 카르텔이 종편 위협한다고?

TV조선은 21일 8시 뉴스를 통해 취재 거부 현장을 상세히 전했다. TV조선은 한명숙 대표 등 민주통합당 주요 당직자들에게 인터뷰와 출연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한달이 지나도 답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가 TV조선 기자와 대면해 취재를 거부하는 모습도 전파를 탔다.

TV조선은 "심지어 민주 통합당 한 의원은 취재 기자에게 ‘곧 없어질 회사에 왜 다니느냐. 빨리 옮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TV조선은 기존 언론사들의 '텃새'로 인한 취재 환경도 열악하다면서 기자단에 의한 출입 거부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TV조선은 개국 초부터 한겨레 등 진보 언론들의 왜곡 편파 보도가 이어졌다면서 '악의적 기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TV조선은 "정당한 경쟁보다는 기자단 체제에 안주하려는 기존 매체들의 배타적 풍토, 눈치 보기에 바쁜 정부, 정치적 이유로 종편을 무시하는 야권.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만 지키려는 이들의 암묵적 카르텔이 공정 방송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TV조선이 하고 싶은 말은 정작 따로 있었다. 바로 이어진 뉴스에서 TV조선은 "미디어렙법으로 광고 판매에도 족쇄를 채우고 있다"면서 "종편을 만든 정책 목표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1공영 다민영 체재를 골자로 한 미디어렙법에 대해서도 "종편이 독자적으로 광고 수주를 못하게 하기 위해 종편사들도 미디어렙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백개가 넘는 케이블 채널 가운데 종편만 미디어렙에 포함됐다. 이는 부당한 처사"라고 밝혔다.

TV 조선의 불만…미래 어두운 종편의 단면

TV조선이 이례적으로 자사 뉴스를 통해 불만들을 쏟아낸 것은 실제 종편의 전망 자체가 어둡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종편 4곳의 1월 광고매출 합계는 120억원이고 2월은 80억원 정도다. 출범 초기 지상파 방송의 70% 정도의 광고단가를 에상했지만 이마저도 25% 선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특히 TV조선이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해 사활을 걸었던 드라마 한반도도 조기 종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심심치 않게 종편 4곳 중 빠르면 2년 안에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종합편성채널로서 위상 뿐 아니라 실적 역시 형편없기 때문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종합편성은 '보도, 교양, 오락 등 다양한 방송분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종편의 모습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종편의 심각한 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고주는 종편 시청률을 올해 1.2%에서 2015년 1.58%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재 종편의 평균 시청률은 3월 둘째 주 기준으로 0.53%이고 이같은 추세라면 1/4 분기 평균 시청률은 0.41% 정도로 예상된다.

종편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일간지의 영향력도 시청률이 턱없이 낮게 나오는 상황에서 비약적인 광고수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청률 하락→광고수익 감소→제작비 감소→시청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경우 종편의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BS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종편의 적자 규모는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매 분기 시청률이 0.2%씩 개선돼 연간 평균시청률이 0.64%이고, 시청률 1%당 매출 660억원을 적용해 추정한 결과다. 초기 종편4사가 예상한 제작비 2000억원 규모보다 낮은 150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퀄리티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통 공중파 방송의 경우 연간 4000억원 정도의 제작 비용을 투입해 연 평균 4~5%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종편 내부도 암울

광고주들은 시청률 1%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Cost Per Rating Point : CPRP)이 높더라도 시청률이 높은 것을 선호한다. 광고단가보다는 광고효과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지난 2010년 현대자동차는 국내 광고에서 약 480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했지만 2012년 2월 3분짜리 미국 슈퍼볼 광고에는 약 180억이 넘는 광고비를 지출했다. 그런데 종편의 경우 현재로서는 광고효과 면에서도 형편없이 미미하다.

암울한 전망은 종편 내부에서도 나온다. TV조선이 한반도 드라마를 방송에 내보내기 전 내부회의에서는 임원급 간부가 한반도의 시청률이 2%대가 나오지 않으면 예능, 드라마 영역을 상당 부분 폐지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가 종편의 향후 예능, 드라마의 성장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지만 이내 곧 조기 종영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맞았다. 종편 한 곳에서는 지상파에서 건너간 한 부장급 인사가 시청률 하락에 대한 책임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제작비를 그만큼 투자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시청률이 낮으니 수익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대로라면 종편의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BS 증권은 "2015년까지 종편에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다면 종편 4개사 중에 최소 한개 정도는 자본잠식에 이어 영업중단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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