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 진영 원로 인사들이 야권연대의 ‘복원’을 위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당대표의 회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 지역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 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야권연대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는 2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기에 처한 야권연대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서는 바로 오늘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양당 대표들이 만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야권연대 합의의 분명한 주체는 양당 대표들”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먼저 야권연대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일부 지역의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반성하여야” 하지만, “이것이 야권연대의 가치를 부인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원탁회의는 “연대의 실현 과정이 보다 더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성찰의 바른 자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양당 모두에 ‘책임 있는 조치’를 강조했다. 일부 지역에서 경선관리위원회가 재경선을 제안했지만, 당장 오늘과 내일 후보등록이 진행되는 등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원탁회의는 “오늘 중으로 대승적인 결단이 없으면 후보등록 전의 전국적·포괄적 연대는 실현불가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양당 대표가 오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당 대표간 회동이 성사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통합당은 비공식적으로 이정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측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새벽까지 대표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결론을 재확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은 21일 대표 회동 제안에 대해 “태산 같은 책임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원탁회의는 “경선 과정에서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통합진보당에 요구했지만, 이 대표의 사퇴를 전제하지는 않았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내부에서도 개인적인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공식 입장은 이정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보는 지혜”를 강조했다.

또 이들은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결과에 대한 승복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관악을의 경우 과정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전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잘못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통합당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악을의 김희철 후보는 어제 자정이 넘기 전 탈당계를 제출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원탁회의는 “야권연대는 단지 선거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의 산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민생파탄과 국정실패를 심판하고 국민들게 희망을 주기 위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동노력의 산물이며 국민에 대한 엄숙한 약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조작 등의 ‘정치공학’으로 인해 그 ‘약속’은 위기에 놓여있다.

한편 원탁회의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정연주 전 KBS 사장, 함세웅 신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상근 목사 등 민주진보 진영의 원로 인사 19인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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