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용산참사 책임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석기 후보자가 출마한 경북 경주시 선거구는 손동진 새누리당 후보자가 금품제공 혐의로 논란을 빚어 공천권을 자진반납한 뒤 정수성 현 의원이 공천을 받은 지역이다. 김 후보자는 이에 시민들의 심판을 직접 받겠다며 탈당해 지난 19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문제는 김 후보자가 출마 이전부터 용산 참사 핵심 책임자이면서도 이를 부정하며 출마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는 새누리당 후보자로 나서면서 "새누리당이 만약 용산 문제를 이유로 공천을 주지 않거나 불이익을 준 것이 알려진다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세력이 불만을 가질 것"이라며 "전국의 경찰관, 수십만 명의 경찰관 가족들도 새누리당에 불만을 가질 것이므로, 표를 생각해서도 내게 공천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무소속으로 출마할 당시에도 김 후보자는 "이번 공천 탈락의 원인이 용산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돼 보수정당인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정체성 및 국가관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지킨 본인을 공천 탈락 시킨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일찌감치 김 후보자를 낙선 대상자로 지목해왔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에게 김 후보자의 출마는 또다른 상처이면서 과잉진압의 책임을 지지 않은 모습은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2총선유권자네트워크는 용산 참사 문제는 당시 서울청장이었던 김 후보자의 과잉진압에 잘못이 있다며 심판 운동을 전개해왔다. 이들은 ‘리멤버 뎀’ 사이트를 개설해 과거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과 행적을 소개해왔는데 사이트에서 김 후보자를 검색한 결과 지난 2월 24일자로 작성한 "행인과 차량 사이에 무차별적으로 화염병과 염산병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법집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김 후보자의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재개발행정개혁포럼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다섯 명의 시민과 후배 경찰관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를 불러온 책임자로 시민의 심판 이전에 진상규명과 사법 심판의 대상자"라고 혹독히 비판하며 출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김 전 청장은 경찰 스스로 만든 ‘집회·시위현장 법 집행 매뉴얼’조차 무시하고, 용산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특공대 강제진압을 최종 승인했다"면서 "당시 특공대원들은 현장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는 과잉진압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청장 사퇴 당시에 대해서도 "용산참사 현장에 특공대 투입을 승인했으면서도 지휘 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기보다는, 무전기를 꺼 두었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결국 본인의 무전기 녹음내용이 공개되고서야 사퇴한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가 서울청장에서 퇴임한 뒤 지난 2011년 2월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돼 보은인사 논란이 일고, 3년 임기의 총영사직을 8개월만에 그만 두고 출마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재외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총영사직마저 포기할 만큼 권력욕에 눈이 멀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 후보자의 출마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용산 참사가 잊혀지면 안되겠지만 시간이 흘러 아픔이 잊혀져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계기로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남는게 악 밖에 없다.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해놓고 어떻게 정당하게 총선에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씨는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된다 하더라도 어떤 정치와 정책으로 시민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느냐"라며 "경북 경주에 상주하며 숙박을 하더라도 목숨을 다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김 후보자가 출마 강행 의사를 밝힌 만큼 4월 초 유가족과 함께 경북 경주 김 후보자의 사무실 앞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하고 거리에서 용산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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