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표적 심의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주의 제재를 받았던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정부 정책을 홍보했던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연분 방송분에 대해서는 '문제 없음'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 지상파라디오심의팀에 따르면 21일 민원으로 접수된 지난 1월 18일 <김미화의 여러분>의 서규용 장관 출연 방송에 대해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에서 객관성과 공정성 조항에 걸리지 않아 '문제 없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5일 <김미화의 여러분> 방송에 출연한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과 우석훈 2.1 연구소장의 발언에 대해 자체 모니터링을 거쳐 주의 결정을 내린 것과 비교된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5일분 방송은 소값하락 사태, 물가정책,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론으로 공정성 심의 대상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공정성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경우는 처음이어서 표적, 편파 심의 논란이 일었다. 5일분 방송을 심의하려면 지난 18일 서규용 장관이 출연해 정부 정책을 홍보한 방송 역시 심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이유다.

18일분 방송에서는 서규용 장관(소 값 폭락), 자동차협회 홍보팀 부장(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KTX 민영화) 등이 출연해 정부의 정책을 홍보한 바 있다.

장낙인 위원은 5일분 방송에 대해 주의 결정을 내린 회의 당시 "해당 프로그램은 <나는 꼽사리다> 진행자들이 발언한 것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분(농림부 장관 등)도 초청해 얘기를 들은 만큼 공정성 위반으로 볼 수 없음에도 사무처 직원들이 특정 출연자에 유독 해당 방송분에만 모니터링을 진행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택곤 위원도 "정부 관계자 등의 출연분 역시 모니터링을 해야 했다"면서 서규용 장관 출연 방송분을 병합해 심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15일분 방송분은 '문제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지상파라디오심의팀이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해당 방송분의 심의 안건은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이에 따라 공정성 심의가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는 자체 모니터를 통해 엄격히 이뤄지고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방송은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적 행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상파라디오 심의팀 관계자는 "민원의 취지는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한다는 것이었는데, 서규용 장관이 김미화씨와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공정하게 진행됐고, 정부 정책에 회의적인 축산 농민의 반대 의견이 들어가 있어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미화의 여러분> 박철 피디는 하지만 "두가지 방송분 모두 공정성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한쪽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18일분 방송에서 서규용 장관이 '소 사육두수를 줄어야 한다'는 개인 의견에 대해서도 공정성 심의를 걸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 피디는 "이번 문제는 심의위원회가 정부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만 공정성 심의를 걸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5일분 주의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CBS 측은 5일분 방송분에 대한 주의 결정은 부당하다며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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