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1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는 SNS 연동 댓글 달기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에서조차 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적으로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린 마당에 선관위가 기계적인 법적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사와 소셜 연동 댓글 업체에 지난 5일 ‘SNS계정으로 로그인하는 댓글달기에 대한 인터넷 실명확인제 적용 안내’라는 공문을 내려보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제1항을 들어 “실명인증의 방법으로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만을 허용하고 있는 바, SNS계정으로 로그인하는 댓글달기와 관련하여, SNS계정은 실명인증절차 없이 개설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인증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실명확인이 되지 아니한 SNS계정으로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댓글달기를 하게 할 수 없다”면서 실명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언론사들은 실명 인증 조치 기술을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적용해야 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선관위의 이번 조치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법 개정 사안에 선거법 제82조가 포함되지 않자 한 언론사가 소셜 연동 댓글에 대한 법적 제재를 문의하면서 이뤄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도 법이 있는 이상 임의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언론사와 소셜 댓글 업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가 유명무실화되고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의 활성화를 허용하는 것이 시대 흐름인데 선관위가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본인확인제 의무 조항에 대해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사들도 선거운동 기간에 적용되는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소셜 연동 댓글 조치를 취하면서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의 실효성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지난 선거에서 소셜 연동 댓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강제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언론사의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하지만 “소셜 연동 댓글이 보편화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법 적용이 늦게 따라간 것 뿐”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제82조6제3항을 들어 “정부기관(행정안전부)이 향후 문제가 된 댓글의 정보를 요구했을 시 역으로 추적해 들어가서 실명인증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임의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할 경우 직무유기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이번 선관위의 조치에 대해 “국가 정책과는 반대로 가는 조치”라면서 “이번 조치를 적용하더라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은 ‘트윗믹스’와 같은 서비스는 SNS 연동 댓글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인터넷 언론사는 선관위의 조치를 따라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법에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시대 흐름과 배치되는 정책을 언론사가 앞장서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치를 따르지 않을 시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인터넷 선거 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실명인증 댓글을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언론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소셜 연동 댓글 업체에 따르면 <경향신문>과 <파이낸셜뉴스>는 선관위 조치는 부당하다면서 과태료 부과까지 고려하고 소셜 연동 댓글을 유지하겠다고 업체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 연동 댓글 기술이 나오기 전 선거기간에 실명 인증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과태료를 받았던 민중의소리 측은 “선관위가 강력히 조치 입장을 밝히면서 과태료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최대한 독자들에게 선관위 조치에 대한 부당한 상황을 알린 다음 선거운동 기간 댓글을 폐쇄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사와 계약을 맺은 소셜 연동 댓글 업체의 반발도 심하다.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도록 소셜 연동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정체성인데, 이것을 스스로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70여 곳의 언론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소셜 댓글은 실명제 관리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 쪽은 소셜 댓글은 인터넷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한달 동안 선관위와 법 적용을 놓고 조율을 해왔는데 강제 조치로 결론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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