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개, 중앙일보 5개, 동아일보 12개, 오마이뉴스 24개, 미디어오늘 20개, 경향신문 16개, 프레시안 13개, 한겨레 0개. 20일 낮 12시 이들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 톱기사 안에 실린 중소 의료 디스플레이 광고수를 분석한 것이다. 이들 광고는 주로 성형·다이어트·임플란트를 비롯해 성인용품을 선전하는 광고로,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네트워크 광고 중에서 선정성이 심해 ‘혐오광고’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주목되는 점은 보수 성향의 언론사보다는 진보 성향의 언론사들이 이런 광고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최근 NHN의 광고 대행사와 광고 대행 계약을 맺은 한겨레를 제외하면, 이런 광고들이 진보 언론들의 온라인을 이미 장악한 상황이다. 독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고, 기자들도 보도 신뢰도 하락을 우려할 정도로, 언론사 안팎으로 ‘혐오광고’ 문제가 당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혐오 광고’, 트래픽의 달콤한 유혹

‘혐오광고’가 범람하게 된 계기는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등장과 연관돼 있다. 진보 언론사쪽 관계자들은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하면서 트래픽이 몇 배씩 올라갔고, 온라인 광고들이 자연스럽게 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혐오광고’는 주로 클릭수가 많아져야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트래픽이 많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포함된 언론사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한 언론사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네이버로부터 선물을 받은 셈”이라고 비유했다.

실제로 미디어오늘이 코리안클릭과 공동으로 뉴스캐스트에 포함된 언론사 45개의 트래픽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8년 페이지뷰는 30억 건을 밑돌다가 2009년 1월 뉴스캐스트가 시작된 뒤 49억9486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진보 언론사의 경우 네이버를 통한 트래픽 유입률이 언론사 평균(78.3%)을 넘어, 네이버 의존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작년 11월 기준 프레시안 90.5%, 미디어오늘 88.8%, 경향신문 83.6%, 한겨레 81.2%, 오마이뉴스 80.4%)

   
 
 
‘조폭식 영업’으로 시장 거래가 불투명한 종이 신문 시장과 달리 인터넷 신문 시장은 트래픽에 따라 광고 요금에 차등이 생기기 때문에, 중소 인터넷 언론사의 광고 거래가 활발했다. 그러나 그 ‘선물’의 해악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언론사가 이들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과 광고 건별로 계약하는게 아니라 홈페이지의 일정 공간을 빌려 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들 광고주들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선정적인 사진·문구를 대거 사용하면서 언론사 홈페이지가 오염되기 시작했다. 

보수언론보다 진보언론에 ‘혐오광고’ 범람 왜?

그렇다면 뉴스캐스트에 포함된 언론사들에 ‘혐오광고’가 몰리는 동일한 구조임에도 진보언론이 상대적으로 보수 언론보다 이런 광고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사 안팎의 환경이 영향을 끼쳤는데, 내부적 환경으로는 진보언론의 취약한 수익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기자는 “해외에 비해 국내 언론사들의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지나치게 광고에 집중됐다”며 “그나마 큰 매체는 부가적인 사업 모델이 있고 온라인 광고 첫 페이지 단가도 높은 반면, 진보 매체는 시장에서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광고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먼저 바꾸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신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래로 이같은 온라인 수익 모델 문제는 계속 제기돼 왔지만, 현 정권 출범 이후 진보언론은 ‘혐오광고’에 더욱 의존하는 상황으로 갔다. 김하영 프레시안 전략기획팀장(한국기자협회 뉴미디어 위원장)은 “정부 광고가 빠지니까 기업 광고도 빠졌다”며 “재정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포함되게 돼 네트워크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문순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2008년 3월~2010년 8월까지 정부 광고 집행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 신문쪽에서는 뉴데일리. 프런티어타임스, 독립신문, 데일리안순으로 많이 집행됐다. 2008년부터 작년 7월까지 17개 정부 부처의 광고 집행 결과를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이 분석한 결과,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에는 59.1%였고, 한겨레는 6.7%, 경향신문은 6.3%였다.

이런 불안정한 수익 구조였기 때문에 ‘혐오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 처했다. 독자들은 언론사에 ‘혐오광고’를 내릴 것을 촉구했고 기자들도 이런 광고로 인해 기사 신뢰성이 하락된다고 우려했다. 급기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작년 8월31일 접속자수 랭킹 50위 안에 포함된 언론사의 인터넷상의 불법 의료 광고를 중점 조사했고 420건 광고에 ‘해당 정보의 삭제’ 시정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정조치의 심의 규제 기준이 모호하고 정부의 의지도 불확실해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독자·기자 ‘항의’, 진보언론 깊어지는 고민

그러나 진보 언론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론을 반영해 ‘혐오광고’를 내릴 경우 이런 광고에 의존하는 진보 언론사의 경우 매출 급락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매년 억대의 광고비가 하락되지만 이를 보완할 진보 언론사 자체적인 구독료·후원금·자본금·부대 사업 등이 완비되지 않았고, 정부 지원이나 취약매체에 대한 지원 논의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부 진보 언론사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 ‘혐오광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더 이상 이런 구조에 의존해서는 진보 언론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1월 한겨레는 NHN의 광고대행사인 NBP(NHN Business Platform)와 1년간 광고 대행 계약을 맺었고, 현재 한겨레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선정적인 병원 광고를 비롯한 ‘혐오광고’를 모두 내렸다.

   
 
 
진선화 전략사업부 미디어사업팀 과장은 “(혐오)광고 때문에 가독성에 불편함이 있고 독자들을 비롯해 내부에서도 한겨레 콘텐츠와 맞지 않는 그런 광고를 안 했으면 했다”며 “반복적으로 그런 (혐오)광고를 올리는 광고주들이 있었지만 매출 압박이 있어 당장 끊지 못했는데, 고정으로 광고를 대행해 줄 곳을 계속 찾다가 NBP와 계약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지난 2월22일 창간 12주년 기념사에서 “상반기를 목표로 현재 사이트 전면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개편에서는 독자들의 지적을 받아온 이른바 ‘혐오광고’를 모두 ‘포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한 전략기획팀 차장은 “(사실상)혐오광고는 병원 광고를 말하는데, 다른 광고로 이를 대체하고 ‘혐오광고’를 없애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3월 중에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작년 4월부터 ‘광고 없는 프레시안’ 사업을 1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월 3000원 이상의 후원금을 납부하는 유료회원(프레시앙)이 프레시안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면 광고를 보지 않게 된다. 김하영 프레시안 전략기획팀장은 “프레시앙 회원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선정적인 광고를 뺄 수 있다”며 “매일마다 회원이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회원이 2천 명이 넘는 수준인데, 광고와 후원 비율을 각각 50%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민중의 소리는 이번 주 중으로 연예 섹션을 제외한 모든 섹션의 네트워크 광고를 일제히 내릴 예정이다. 진보 언론사 중에서 가장 급진적으로 ‘혐오광고’를 내리는 시도인데, 민중의 소리는 자발적인 구독료를 50% 수준까지 끌어올려 매출 하락을 만회할 계획이다. 김동현 편집부장은 “네트워크 광고를 내리면 광고가 떨어지겠지만, 민중의 소리 운영비가 아주 많은 편이 아니고 지자체 광고가 유지되는 편이라 바로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라며 “진보적 언론사에 후원하는 분위기가 많기 때문에 구독료 만원 내는 사람 만 명을 모으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한 캠페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언론사마다 ‘혐오광고’를 줄이기 위한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저널리즘의 신뢰를 깎는 현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자는 목표는 동일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유료화, 모바일 전략 등 온라인 저널리즘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것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의 선정적인 광고를 없애기 위해 언론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서 자율규제 방식으로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뉴스 콘텐츠가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동인을 주는 저널리즘을 보여줄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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