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에 이어 YTN까지 가세한 공정방송을 위한 언론인 파업에 SBS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BS는 공정방송 요구에서 자유롭나"라는 외부비판이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의 파업을 통한 연대가 깊어질수록 'SBS는 뭐하고 있나'라는 질문도 쏟아지고 있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대신 관련 파업 보도를 충실히 전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실망스런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주말 YTN까지 가세해 방송3사 합동 파업 집회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SBS가 정부 편향적인 방송 매체로 인식되는 모양새도 큰 부담이다.

SBS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방송사 파업 보도와 관련해 해당 기자들과 긴밀히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타 방송사들의 파업에 흔들리지 않고 정권 감시 보도와 총선보도에서 공정방송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SBS 노조는 성명을 통해 "언론 동지들의 파업 투쟁이 단지 3사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임을 공유하고, 보도투쟁을 포함해서 조직의 모든 역량을 다해 파업을 지원하며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BS 내부에서 파업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마땅히 파업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SBS는 낙하산 사장 체제가 아닌 오너가 있는 민영 방송사다. 지난 2010년 방송사 연대 파업 국면에서는 방송법 개악이라는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벌어지는 파업 배경은 낙하산 사장 퇴진에 있다는 점에서 SBS가 동조 파업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가 있는 민영 방송사에서 파업은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동조 파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다른 방송사의 경우 정권교체에 따라 낙하산 사장 인사 문제 해결 가능성이 있고, 파업 징계도 최소화할 수 있지만 SBS의 경우 오너 교체는 물론, 파업 징계에 따른 손실도 보장할 수 없는 등 다른 방송사와 비교해 출구 전략이 좁다는 것이 내부의 고민이다. 특히 사측이 지난 1월 SBS 출신 최상재 전 노조위원장을 징계했다가 노조가 반발한 이후 징계를 철회하면서 동조 파업으로 이어 갈 '명분'이 결정적으로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BS의 이같은 입장은 시민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분위기다. SBS가 민영방송사라는 한계를 말하기 전에 '공정방송'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함께 날을 세운 정권 감시 보도를 통해서라도 파업 불참에 따른 자기 합리화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손배가압류를 포함해 대거 징계를 당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파업 상황을 상세히 전하는 등 SBS가 '보도 투쟁'이라도 강력히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SBS 8시 뉴스에서는 방송사 파업에 대한 심도 깊은 뉴스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6일 SBS는 '방송사 노조 파업 확산…왜'라는 리포팅 제목을 달고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노조에 이어 KBS의 새 노조도 오늘(6일) 파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방송3사 합동 집회가 열렸던 지난 16일에도 SBS는 "MBC 노조의 파업으로 시작돼서 KBS로 이어진 방송사 파업에 YTN과 연합뉴스 노조까지 가세했다. 노사 양측이 양보 없는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사장 퇴진 요구를 놓고 노사간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권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칠 수 있는 현행 공영 언론사 사장 선임 방식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3사의 대규모 집회 현장을 외면하지는 않았지만 파업 사태에 벌어지게 된 이유와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 등 다각적인 보도는 볼 수 없었다.

SBS 박수택 논설위원은 방송사 파업 국면에서 SBS의 역할에 대해 "낙하산 사장 체제 아래서 타 방송사들이 제기하는 불공정 방송 보도를 비판하는 감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권력 감시 보도를 충실히 전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파업 보도와 관련해서는 "방송 경영진과 정권 편향적인 지금의 사장이 올 수 있는 사장-이사 선임 구도 문제 등 근원적인 얘기까지 하면 좋겠지만 역량 수준으로 봤을 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위원은 SBS 내부 분위기에 대해 "상대사의 혼란을 틈타 시청률이 높아졌다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잘해야 하고, 뉴스를 충실히 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SBS 최호원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파업 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SBS는 이미 3월6일 8시뉴스, 7일 나이트라인, 8일 뉴스퍼레이드, 16일 8시뉴스까지 수 차례 언론파업 상황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2월15일, 20일, 21일, 24일, 그리고 3월5일과 6일, 12일까지 관련 기사를 꾸준히 출고하며 현재의 언론파업 상황이 국민들에게 올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위원장은 "리포트 내용 상으로도 16일 8시뉴스 리포트의 경우 '사장 퇴진 요구를 놓고 노사간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권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칠 수 있는 현행 공영 언론사 사장 선임 방식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며 민감한 타 방송사의 사장 선임 시스템에 대해서까지 언급했다"며 "방송이라는 매체의 특성 상 일부에서 원하는 것처럼 매일매일 중계식 보도를 하지는 못하지만, 이를 이유로 공정 방송 실천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SBS 기자들의 노력이 절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SBS는 공정방송을 위해 매일매일 내부적으로 깊이있는 고민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며 "그리고 앞으로도 현재의 언론동지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20일 오전 10시35분 기사 추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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