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에 맞서 김재철 MBC 사장 등 경영진이 파업중인 기자들을 대신할 인력으로 선발한 계약직 전문기자들이 경제정보채널(SBS CNBC) 기자 또는 교통방송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 “전문성과 거리가 먼 꼼수 채용”이라는 내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들이 입사한 뒤 처음 방송한 리포트가 얼마전 발효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일방적으로 미화한 것으로 나타나 “결국 이들에게 편파보도를 주문하기 위한 채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MBC 박새암 기자는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 톱뉴스 ‘한미 FTA 새벽 0시 발표’에서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한미 FTA 발효되면 관세가 인하되는 품목들을 할인 판촉 행사를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MBC는 ‘와인, 맥주, 주스’의 추가할인을 할 예정이라는 이마트 팀장의 인터뷰도 담았다.

박 기자는 “당장 15일 0시부터 미국산 체리와 포도주스, 건포도, 와인 등이 값이 크게 내려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 기자는 미국산 수입차 값도 인하되며 공산품들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고 잔뜩 홍보했다. 특히 MBC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업체도 바빠졌다며 “거래 물량을 2배로 늘리게 됐다”는 한 수입업체의 대표의 말을 전했다.

수많은 시민들의 반대와 농수산업계의 타격 등 여러 문제점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완벽하게 일방적인 리포트이다. 

이렇게 리포트한 박 기자에 대해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북한전문기자로 채용한 SBS CNBC(경제정보채널) (금융정책팀) 기자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이 리포트에 대해 “지난 14일 뉴스데스크 톱을 장식한 이 리포트는 한미FTA 찬사 일변의 편파보도”라며 “이를 리포트한 기자는 <주간 MBC>에 북한전문기자로 소개돼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발행한 <주간 MBC>에 따르면, MBC는 심층보도를 위한 전문기자제도 도입으로 최근 전문기자 채용을 실시해 환경, 북한전문기자를 비롯해 4명의 기자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MBC 노조는 “홍보 당일 벌어진 뉴스 편파성 논란으로 전문 기자제 도입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공정방송을 살리겠다고 현장을 떠난 기자들의 빈자리를 급하게 메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전문기자로 소개된 박 기자에 대해 노조는 “SBS CNBC에서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일해 온 것이 북한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라며 “북한 발 악재를 증권 시황에 반영했다고? 그것이 북한전문기자로 불러 줄 만한 경력이라면 현재 보도국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들 중에서도 통일부와 외교부를 수년간 출입한 사람이 있고, 북한학과 국제정치를 전공한 기자들은 지금도 숱하게 많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20년 이상 북한문제만을 취재해왔고, 북한학 학위가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북한전문가인 김현경 기자조차도 MBC 내에서 북한전문기자로 불러주지 않는다”며 “현재 MBC의 ‘북한전문기자’는 대학원에서 북한관련학을 수료한 것이 전부인 박기자 오직 한명 뿐이다. 대체 무슨 코미디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밖에도 MBC가 채용한 계약직 전문기자 가운데 환경전문기자로 들어온 김아무개씨의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MBC 노조는 김 기자에 대해 “서울시 산하 TBS교통방송에서 서울시와 자치구의 뉴스를 전하는 일을 해왔다”며 “도대체 서울시 시정뉴스가 지구온난화나 멸종위기 종 등 환경문제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이 쯤 되면 MBC가 구직자와 시청자를 우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이 ‘해당 분야 만 2년 이상의 근무 경력이 있는 자’라는 채용공고 상 자격요건도 거치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서울시 산하 계약직 공무원(교통방송) 경력이 어떻게 언론분야 기자경력이 될 수 있으며, 경제정보채널에서 근무한 경력이 어떻게 북한전문분야라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MBC 노조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전문기자’를 급히 뽑은 이유는 ‘심층보도를 위한 전문기자제도 도입’이 아니라 편파보도의 선봉으로 세우려고 일부러 ‘경력 없는 경력기자’를 선발한 꼼수였던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이 이제 ‘기자’라는 직종의 최소한의 자격요건마저 무너뜨리며 자신의 나팔수로 일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MBC 노조는 “MBC 기자는 물론, 기자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자긍심마저 무너졌다”며 “무엇보다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전문기자’가 출연해 편파보도를 하는 MBC 뉴스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재철 사장은 최근 “앞으로 MBC에 공채는 없다, 모두 계약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구성원들의 깊은 반감을 샀었다.

이에 대해 MBC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 등을 남겼으나 답변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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