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방영을 보류하고 있다.

종편은 신문사를 모기업을 갖고 있는 만큼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채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춰왔다. 특히 자체 제작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지상파와 나란히 어깨를 겨루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개국 넉 달만에 결국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JTBC <탐사코드J>는 기존 탐사프로에 대한 'Extreme Version'라는 모토로 심층성 시사를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사건이나 현상에서 실마리를 풀어가지 않는다. 사건과 현상 뒤에 숨겨진 증거, 증언, 상징을 통해 진실을 추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11회분 방송을 마지막으로 <탐사코드J>는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JTBC 편성팀은 <탐사코드J>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고 밝혔다. 편성팀 관계자는 "폐지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탐사보도 뉴스는 메인 뉴스에 꼭지 리포팅으로 들어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TV 조선이 텍스트 문자와 영상의 결합의 신개념 미디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크로스미디어 탐사보도 프로그램 <현장추적 WHY>도 잠정적으로 폐지됐다.

<현장추적 WHY>는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판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 해서 영상과 결합한 크로스미디어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TV 조선은 특별취재팀까지 꾸려 <현장추적 WHY> 기획물을 만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TV 조선은 <현장추적 WHY> 제작을 잠정 보류해 지난달 26일부터 방영이 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잠정 폐지인 셈이다.

TV조선 편성실 관계자는 "지면과 영상을 결합한 원소스 멀티미디어를 생각했는데 모든 아이템이 영상과 지면으로 100% 결합되지는 않아 당초 예상한 것과 달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적인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아이템을 축적해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폐지가 아닌 휴지기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의 <잠금해제2020>도 '방송기자와 신문기자가 함께 만드는 심층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지만 12월 한달간 3회분까지 방송을 내보낸 이후 메인뉴스인 뉴스 A의 탐사 보도 꼭지 형태로 편성해 놓고 있다.

채널 A는 16일 4회분을 방영할 예정이라며 <잠금해제2020> 방영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채널 A 기획홍보팀은 "3회분 방영 이후 뉴스 꼭지로 편성해 석달 동안 공백이 있었지만 다시 독립코너로 만들어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문제가 될만한 현상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 채널에 비해 그나마 개국 이후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곳은 MBN이다.  MBN <시사기획 맥>은 매주 토요일에 방영돼 현재까지 15회분을 방송했다.

종편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폐지 혹은 보류하고 이를 대체하거나 확대하는 프로그램이 인터뷰 대담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JTBC는 <탐사코드J>를 폐지하면서 <탐사코드J> 제작진을 그대로 <신예리, 강찬호의 직격토크>로 전환했다. <신예리, 강찬호의 직격토크>는 초대 인물에게 취재 기자의 특성을 살린 예리한 질문을 던져 속살을 파헤친다는 본격 인터뷰 대담 프로그램이다. 이외 JTBC에서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인 정진홍이 초대 인물과 인터뷰를 하는 <정진홍의 휴먼파워>과  <박성태의 피플&토크>를 방영하고 있다.

TV 조선은 지난 2월 중순부터 <토크쇼 노코멘트>를 매주 금요일 밤에 편성해 방영하고 있다. TV 조선의 인터뷰 프로그램은 <강인선의 인사이트>, <최박의 시사토크 판> 등이 있다. 채널 A 역시 <박종진의 시사토크 쾌도난마>, <대담한 인터뷰> 등 인터뷰 프로그램이 많다.

지상파 관계자는 종편이 탐사 보도물에 손을 떼고 인터뷰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이유를 제작비 때문이라고 말한다.

0.1%대 시청률을 벗어나는 데 드라마, 예능 뿐 아니라 자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탐사보도물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인지도나 영향력도 떨어지면서 굳이 프로그램을 유지시킬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얘기다.더구나 예능 드라마와 달리 탐사 보도물의 경우 자체 제작을 해야 하고, 여타 자체 제작 프로그램보다 회당 제작비가 높은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최소 탐사보도물의 한 회당 제작비는 3천만 원 안팎으로 나오는데 종편이 이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고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라며 "반대로 인터뷰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탐사보도물보다 3분의 1 정도로 제작비가 덜 들고 시사 교양물이라는 생색이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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