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1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는 SNS 연동 댓글 달기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사와 소셜 연동 댓글 업체에 'SNS계정으로 로그인하는 댓글달기에 대한 인터넷 실명확인제 적용 안내'라는 공문을 내려보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제1항을 들어 "실명인증의 방법으로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만을 허용하고 있는 바, SNS계정으로 로그인하는 댓글달기와 관련하여, SNS계정은 실명인증절차 없이 개설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인증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실명확인이 되지 아니한 SNS계정으로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댓글달기를 하게 할 수 없다"면서 실명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언론사들은 실명 인증 조치 기술을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적용해야 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선관위의 이번 조치를 두고 시대적 흐름을 무시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며서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본인확인제 의무 조항에 대해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사들도 선거운동 기간에 적용되는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소셜 연동 댓글 조치를 취하면서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의 실효성이 사라졌다.

인터넷 언론사들은 선관위가 시대적 흐름과 거꾸로 갑작스럽게 강제 적용 조치를 들고 나온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선관위는 지난 선거에서 소셜 연동 댓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강제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소셜 연동 댓글이 보편화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법 적용이 늦게 따라간 것 뿐"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법제과 관계자는 "선관위에서도 해당 법 조항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 국회에 의견을 제출했다. 법 개정에 반대한 것은 국회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법대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국회에 이번 조치의 책임을 돌렸다.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이번 선관위의 조치에 대해 "국가 정책과는 반대로 가는 조치"라면서 "이번 조치를 적용하더라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은 ‘트윗믹스’와 같은 서비스는 SNS 연동 댓글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인터넷 언론사는 선관위의 통보에 따라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법에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시대 흐름과 배치되는 정책을 언론사가 앞장서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치를 따르지 않을 시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인터넷 선거 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실명인증 댓글을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소셜 연동 댓글 업체의 반발도 심하다.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도록 소셜 연동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정체성인데, 이것을 스스로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소셜 댓글은 실명제 관리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 쪽은 소셜 댓글은 인터넷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실명제 관련한 선관위의 미비한 규정으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실명 인증 기술 조치에 따른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독자들이 실명인증을 거칠 때마다 인증기관에 건당 비용을 과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누리꾼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조치는 SNS의 영향력이 확실히 커져서 취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선관위 조치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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