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이 지금 길들이기를 하는 거다. ‘말 들어라’는 것이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또박또박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오후 2시~4시, 표준 FM 98.1MHz)에 법정제재인 ‘주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입장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되돌아왔다. 김미화씨는 이번 심의의 본질을 “마이크를 뺏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사실 이번 심의는 여러 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팟캐스트 <나는꼽사리다>의 우석훈 박사, 선대인 소장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값 하락, 물가 및 부동산 문제 등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 심의 대상에 올랐다. 심의 결과는 대통령·새누리당 추천 위원(권혁부, 엄광석, 구종상, 박성희, 최찬묵)이 참여해 공정성, 객관성 위배라는 심의 조항을 적용해 ‘주의’ 결정을 내렸다. ‘주의’는 지상파 재허가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 제재다.

주목되는 점은 방통심의위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공정성 문제로 이번 안건을 선정한 점이다. 지난 2008년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표적 심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적용한 공정성 위반 조항은 현 정권 출범 이후 MBC 의 4대강편 심의 등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주로 적용됐던 잣대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25분간 일방적인 정부 홍보를 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편은 심의하지 않고, 나꼽살편만 심의하냐’는 ‘편파 심의’라는 지적이 즉각 제기됐다.

지난 달에도 방통심의위는 <나는꼼수다> 김용민 PD가 출연하는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공정성 위반 등으로 ‘주의’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뉴스를 소개하면서 경향·한겨레 등 특정 신문의 사설과 기사를 인용해 일방의 의견만을 전달한 것은 ‘공정성’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김 PD는 당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제재 건은 정권이 나를 표적 삼아서 제재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표적 심의’ 의혹을 제기했다.

공통적인 점은 김미화-김용민 심의 모두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반발하는 과정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추천 위원 일방이 참여해 제재를 결정한 것이다. 여야 추천 위원 구성이 ‘6대 3’으로 나눠진 방통심의위가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심의를 강행하면서 여권 편향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형국이다.

문제는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보도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심의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미디어 공약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통제위원회로 전락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심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현장 제작진들의 ‘저항’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미화씨는 “많은 사람들이 정권 말기에는 정권이 뭔가 자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권은 칼을 휘두르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런다고 해서 내가 쫄 사람이 아니고 쫄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CBS 구성원들은 “표적 심의를 중단하라”며 사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방통심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을 계속하고 있고, CBS 사측은 재심을 검토 중이다.

다음은 김미화씨와의 지난 11일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 방통심의위가 <나꼽살> 진행자들이 출연한 CBS 라디오<김미화의 여러분>가 객관성, 공정성이 위배됐다며 법정제재 ‘주의’를 내렸다.

“그분들이 지금 길들이기를 하는 거다. ‘말 들어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우회적인 제재로 밥 그릇을 뺏는 것이다. 방송사가 연기자(김미화)를 (프로그램에) 쓰는데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무언의 압력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번 프로그램이 형평성에 어긋났다면 이번 심의에 대해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농림부 장관이 (<김미화의 여러분>에서)25분간 출연해 반론성 얘기를 했다. 더 이상 어떻게 방송을 공정하게 하라고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

- 방통심의위에서는 공적 매체인 지상파 방송에서 이렇게 방송하면 안 된다고 밝혔는데.

“방통심의위의 여당 추천 위원이 6명이니까 여당 프레임 안에서 얘기하는 것이다. 제가 출연한 사람들한테 면박을 주면서 반대쪽 얘기를 해야 공정한 것인가, 다음 시간을 할애해 정부·여당쪽 입장을 듣는 게 공정한 것인가. 방통심의위쪽은 그 자리에서 진행자(김미화)가 반박 얘기를 왜 안 했냐고 문제 삼는 것이다. 하지만 출연한 전문가들이 자기 입장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진행자가 사사건건 지적을 하면 토론을 하는 것이지 진행이 아니다. 나는 공정하게 잘 진행했다고 본다.”

- 이번 심의 결과에 대한 CBS 내부 반응은?

“CBS에서는 다 들고 일어났다. 사내에 벽보를 붙이고 분노했고, 방통위와 언론노조 앞 집회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 방통심의위가 자체 모니터링으로 공정성이 위반됐다며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심의한 것은 처음이다. 표적 심의를 했다고 보나?

“당연히 표적 심의다. 저만 겨냥한 게 아니고 김용민도 (법정제재)‘주의’를 받았다. 김용민도 억울해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네 사람이 주의를 받은 것이다. <나는꼽사리다> 친구들과 김용민은 이미 많은 방송사에 출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더 압박을 해 마이크 뺏겟다는 것이다. 그게 과연 방통심의위에서 할 일인가. 지금 방송 3사에 낙하산 타고 내려오신 분들 때문에 파업하고 난리가 났는데 방통심의위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편향된 시각으로 방송하고 있는 그런 방송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편향되지 않게 하는 것이 방통심의위의 역할 아닌가. 이번에 농림부 장관이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25분간 말한 것이 편파적이라며 방통심의위에 심의 신청이 들어왔다. 서 장관은 25분을 정부 정책에 대해 홍보했는데 방통심의위가 이를 어떻게 심의하는지 지켜보려고 한다.”

- MBC에 이어 CBS 진행까지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심경이 복잡하지 않나?

“심경이 복잡한 것은 아니고 분통이 터진다. 그 사람들은 왜 쫓아다니며 그렇게 하는가. 내가 비중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방송 잘 하게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 할텐데 왜 사사건건 그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것에 대해 화가 났다.”

- 민주당에서는 방통심의위가 오히려 방송을 통제하고 있다며 총선 이후 방통심의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방통심의위 폐지에 대해선)잘 모르겠다. 다만, 방통심의위원을 추천한 여야 정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방통심의위원들은 정당에 의해 추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방송 통신 분야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게 심의의 역할이다. 심의위원들은 여야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제도적인 부분에서 고쳐질 점은 재심 부분이다. 이번 심의의 경우 법정제제인 ‘주의’에 대해 재심을 넣어도 ‘주의’를 준 사람들이 똑같이 재심을 한다. 외부 인사가 재심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은 바로 잡아져야 한다. 또 심의 기준의 문제도 있다. 이번 심의에서 공정성 조항을 적용했는데 공정성은 법원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방통심의위가 어떻게 공정성 잣대를 얘기하고 있나.”

- 정권 말기인데 방통심의위가 왜 이렇게 하는 것 같나?

“많은 사람들이 정권 말기에는 정권이 뭔가 자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권은 칼을 휘두르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보이지 않나.”

- 향후에도 <나꼽살>과 CBS 라디오 방송은 계속할 계획인가?

“그렇다. CBS는 전체 직원들이 (이번 심의 결과에)반발하고 있다.”

- 향후 사태의 전망은?

“권력을 가진 분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내가 쫄 사람이 아니고 쫄지도 않는다. 압박을 준다고 해서 내가 움추려들 사람도 아니다. 이미 나는 욕심이 없다. 몇 번 쫓겨나서 미련도 없다. 흐르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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