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에 C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징계하면서 모처럼 그 존재 이유를 입증시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진행자들이 출연한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징계를 내렸다.

징계사유는 간단하다. CBS <김미화의 여러분>은 2012년 2월 5일 ‘여러분이 만난 사람'이란 코너에서 팟캐스트 <나는꼽사리다> 진행자인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과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를 초대해 소값하락 사태, 물가정책,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경제 정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판적인 의견을 냈기때문이라고 한다.

방통심의위는 3월 8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객관성·공정성 심의 조항의 위반 등을 이유로 ‘주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주의' 결정은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 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 제재로,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위반 이유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에 법정 제재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만 위원장은 "사적 채널이라면 ‘김미화의 여러분' 프로그램과 같은 말씀을 할 수 있다"며 "지상파 방송 같은 공적 매체가 방송을 하려면 비판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추천 위원들은 특정 출연진이 출연한 내용만을 문제삼아 ‘표적 심의'를 한 것이며, 편파적인 심의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김택곤 위원은 ""이것만 왜 하필이면 모니터링을 했나. 정부 관계자가 출연한 것도 모니터링을 했어야 한다"며 편파 심의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게 되면 그에 따른 징계를 받는 것은 방송법 심의규정에 따른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는 아래의 몇가지 공개적인 질의에 대해서도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질의1.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주로 외부의 지적이나 문제제기가 있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자체 모니터링으로도 심의를 할 수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CBS 징계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왜 유독 그 프로그램만 모니터를 했는지 불분명하다.

질의2.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주요매체에서 스스로 불공정 편파 방송을 했다고 고백하는 건이 한두건이 아니다. 제작진이 스스로 밝히는 불공정 보도에 대해 알고도 심의하지 않았는지, 몰라서 심의하지  않은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어느 경우든 방통심의위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질의3. 주요방송사들이 불공정 방송 때문에 연쇄 파업까지 가는 상황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어떤 책임감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제 때 제대로 방송 심의를 하고 공정성을 강조했다면 이렇게까지 파업으로 연결됐을까. 대통령 사저 관련 내곡동 보도 논란, G-20정상회담 관련 과장 편파보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편파 보도 논란 등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논란이 될만한 건에 대해 어떤 심의 과정과 결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질의4. 방통심의위의 공정성 시비는 정부에 대해 우호적이냐 비판적이냐를 두고 적용하는 편의적 잣대에 불과하다는 언론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가. 정부의 정책을 과잉 홍보하는 경우에 대해 공정성 문제로 징계를 내린 경우가 있었던가.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 견해에 대해 공정성을 문제삼는 것은 표적심의라는 불만에 대해 어떤 답변을 제시할 수 있을까.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그 결과가 납득할만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 주요 방송사가 이렇게 한꺼번에 공정성 문제로 파업을 하고 그 잘못을 고백하는 상황에서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국민은 되묻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