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 대지진 발발 1년을 맞아 주요 언론들의 보도가 줄을 잊고 있다. 대부분 '끝나지 않는 재앙'이라며 여전히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 불안한 일본 사회의 그림을 그렸다.

주요신문 중 양적으로 한겨레의 보도가 단연 돋보인다. 한겨레는 '피폭량 따라 쓰고 버려지는 원전노동자'라는 제목으로 방사능에 무방비로 노출된 원전노동자의 생활을 3·11 동일본대지진 희생자 추모비 사진과 함께 1면 톱에 실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원전노동자의 말을 인용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방사선량이 시간당 수백밀리시버트에 이르는 곳도 있다. 일하겠다고 왔다가 현장에 접근을 못하고 겁나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30대인데 몇달 만에 머리가 하얗게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전기, 배관, 건축, 잔해제거 등 세 분야에서 하루 3000명이 넘게 일하는데 녹아내린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내 사고를 완전 수습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십년 넘게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잠깐 쓰고 버리는' 저선량 피폭자 수만명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노동자 가운데 사고 수습 과정에서 100밀리시버트 이상 피폭한 사람은 지금까지 167명이지만 저선량 피폭의 실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겨레는 또한 6~7면 전체를 털어 '후쿠시마 끝나지 않은 재앙'이라는 이름으로 기획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향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완전 수습 시기에 대해 "규모가 훨씬 작았던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사고의 연료회수에 모두 10년이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후쿠시마의 경우는 그 몇배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7면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과 서남쪽으로 약 60km 떨어진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불안한 일본 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사진 속에는 1학년생인 전원이 두명 뿐인 학생이 목에 방사능 피폭량을 측정하기 위한 휴대용 측정기를 메고 수업을 듣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경향신문은 8면 국제면에 고이데 히로야키 교토대 교수의 인터뷰를 전면에 실었다. 고이데 히로야키 교수는 원자력공학자이자 반원전 운동가다. 그는 "원자로 실험실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사는 주민들의 복귀를 허용하고 농사까지 짓도록 하는 것은 일본이 이미 법치국가임을 포기했음을 뜻한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후쿠시마(福島)현 절반, 미야기(宮城)·도치기·군마(群馬)·지바(千葉)·사이타마(埼玉)현 일부는 1㎡당 방사성세슘이 4만㏃(베크렐)이 넘는다.

그는 "한국에서는 지진도 쓰나미도 없으니 원전을 추진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많다. 지진이 없는 나라라면 괜찮은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비관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진과 쓰나미에 의하지 않은 원전사고는 숱하게 많다. 1957년 영국의 윈즈 스케일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해 영국은 물론 유럽에 막대한 오염이 발생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 1987년 체르노빌 사고도 지진과 쓰나미와 관계없이 발생한 사고"라며 "지진과 쓰나미가 없으니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이 최근 중동국가로의 원전 수출경쟁에서 이겼다고 하고, 터키에 원전을 수출하려고 대통령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웃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미안하지만 한국도 (원전 추진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장순흥 KAIST 교수를 인터뷰했다. 장 교수는 한국원자력학회장으로 지난해 12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조사위원회 국제자문위원으로 임명돼 현장 방문 조사를 하고 지난달 25일 활동을 마쳤다.

장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와 주변 환경 복구에 최소한 10년에서 길게는 4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특히 15m 쓰나미 가능성을 낮게 상정해 방벽을 10m만 설치해 원전이 손상을 입고 메뉴얼과 다른 일본 총리의 결정 때문에 바닷물 투입시기가 늦춰져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장 교수를 인터뷰해 "정부 은폐 사실이 뒤늦게 속속 드러나면서 일본 정부는 국내적으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일보는 방사능 물질 오염제거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히로노마치 마을을 찾아 여전히 방사능 노출 위험에 불안해하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히 전했다.

다만, 일본 현지의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나라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는 많지 않다. 위험성보다는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는 보도도 눈에 띈다.

중앙일보는 영광원전 1호기 대형 터빈의 사진을 전면에 깔고 "1986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 영광원전 1호기는 95만㎾급 가압 경수로형이다. 2007년 10월부터 제20차 정비를 시작한 지난 2월 23일까지 1521일간 연속 3번 ‘한 주기 무고장운전(OCTF:One Cycle Trouble Free)’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