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YTN 등 방송 3사가 동시 파업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업 이후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 3사가 동시 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공정방송 회복, 사장 연임 반대 등 사별마다 조금씩 입장차가 있지만 그 뿌리는 이명박 정부가 해당 방송사에 특보출신 친정권 인사들을 임명하면서 정권 초부터 불거진 방송장악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방송 3사의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현 정권이 임명한 사장 아래에서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불만이 정권 말기에 곪을 대로 곪아 터져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MBC 파업을 촉발시킨 것이 보도국 기자들의 제작거부였다는 점은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KBS 기자협회도 제작거부에 들어가면서 선언문을 통해 “정권에 예민한 뉴스를 회피하고 약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파업 현장에서 만난 MBC의 한 기자는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YTN도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다 해고된 노종면 전 기자 등 동료들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어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이번 파업의 성패에 따라 언론과 정치권의 지형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에서 파업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MBC와 KBS, YTN의 사장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들 사장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정권의 의지는 MBC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이 정도 구성원들이 등을 돌렸으면 사장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흘러나왔다. 보도국 기자, 시사·교양과 드라마·예능PD, 기술 등 전 부문에서 평사원은 물론이고 보직간부들까지 파업에 참여했다는 것은 김재철 사장 체제로는 더 이상 MBC를 끌고 갈 수 없다는 선고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파업이 4주차에 접어들 때까지 회사에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한 달째에 접어들어 회사에 출근해 가장 먼저 한 것이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한 것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김 사장을 문책하거나 최소한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킨 경위를 따졌겠지만 드라마까지 파행 방송을 앞둔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는 방문진이 경영의 책임을 물어 엄기영 전 사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던 전례에 비쳐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방문진이 오히려 파업 장기화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파업 장기화로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면 파업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지쳐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문진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동안 김 사장은 최일구 앵커를 비롯한 10명의 파업 참가자들을 징계했고, 노조 간부 16명 전원에게는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KBS도 일찌감치 파업 참가자들에게 대량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KBS 사측은 “4월 총선 등 현안을 앞두고 공영방송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조 불법파업에 대해서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KBS 새노조는 MBC처럼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많지 않아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일단 KBS 새노조는 조합원 1000여명 가운데 500~600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방송 회복에 대한 열기는 뜨겁지만 이 정도 규모로 회사가 부담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도국 기자 150여명이 제작거부를 선언했지만 KBS는 보도인력이 서울만 550여명으로 뉴스제작에 차질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KBS 사측은 교양·예능 등 비보도 프로그램도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에는 대체인력 투입으로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S 안에서조차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그래서 이번 방송 3사 동시 파업이 유의미한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MBC 총파업의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에서 사장 교체가 이뤄지면 KBS와 YTN의 파업에도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연대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투쟁은 MBC만의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KBS, YTN, 연합뉴스, 부산일보, 국민일보로 번지고 있다”며 “개별 언론사만의 싸움으로는 정국 자체에 영향을 주기 어렵지만 공정보도라는 공동의 목표로 연대하고 유기적 결합이 가시화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슈와 파급력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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