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대구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를 방송사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데 대하여 대구 시민들이 분노했다. 대형 사고가 나서 1백여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한 아비규환의 대참사를 방송사들이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중대 사고를 즉각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알리기에 적합하고 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방송이 꿀먹은 벙어리였으니 그 참사로 긴장이 고조될대로 고조된 대구 시민의 분노가 어떠했겠는가. 대구 시민들은 전화나 컴퓨터 통신으로 그들의 분노를 달래야 했다. 도대체 방송은 무엇때문에 존재하는가.
언론의 존재의의를 의심케 하는 이런 종류의 일들이 우리 언론에서는 되풀이 반복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 우리는 광주민중항쟁 15주년을 맞는다. 여기서 광주항쟁 동안 그에대한 언론의 침묵을 되살펴 볼 필요가 있다. 1980년 5월18일부터 수일동안 정권을 탈취하려는 전두환일당의 명령하에 움직이는 군인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은 그 기간동안 내내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신문도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를 불통으로 만들어 전화로도 광주시민들은 자신들의 참상을 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광주 이외 지역의 국민들은 광주의 그 처절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 광주시민들이 느꼈을 고립감과 긴장이 어떠했겠는가. 오죽하면 방송사를 불질렀겠는가. 게다가 전두환 정권 시절 내내 언론은 그 광주항쟁을 계속 반란으로 규정하였고 광주시민들의 주장은 한마디도 대변하지 않았다.

대구참사에 대한 방송의 자세에 분노하는 대구시민이나 대구시민의 분노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나마 15년 전의 광주시민의 분노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우리 언론은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존재했는가.

어처구니 없는 가스폭발 사고로 희생당하고 놀라고 분노하는 대구시민들은 위로받아야 한다. 그런 대참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방송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분노는 정당하며 방송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방송은 대구시민과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열 다섯번째의 5·18을 맞는 이 시점에서 방송을 포함한 우리 언론은 모두 비록 강제에 의해 그랬을지라도 그 당시 광주시민들의 저 처절한 상황을 전하지 않고 그 사건을 오랫동안 왜곡해온, 그래서 그들의 분노를 더 크고 길게 한 참담한 과오도 참회하고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언론의 정도를 걸을 것을 결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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