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T의 유선망 필수설비(관로, 전주)를 다른 통신사와 케이블 방송사에 개방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어 업체 간에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9일 전기통신설비 제공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끝나면 KT의 필수설비 개방에 대한 고시 제정을 할 예정이다. 고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KT가 사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150%에서 120%로 줄여 타통신사·케이블의 이용 공간 확대, 2004년 구축 설비에서 3년 이상 된 구축설비로 광케이블의 제공 확대 등이다. 

이번 고시가 확정되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케이블 업체 등 후발업체들이 초고속 인터넷·유선전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KT 필수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필수설비는 유선통신망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인입관로·전신주·광케이블 등의 설비로, 인입 관로의 경우 이미 지어진 건물에 설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에 KT의 ‘의무제공’이 규정돼 있다.

지난 2001년 특정 통신사의 필수설비 중 여유분을 후발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유선통신 필수 설비 공동 활용 제도’가 제정됐지만, KT쪽의 반발로 이 제도는 유명무실했다. 이후 지난 2009년 방통위는 KT와 KTF의 합병 인가 조건으로 이 제도의 활성화를 내걸었고, 이번에 고시 제정까지 온 것이다.

이를 두고 KT는 후발 사업자들이 무임승차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다른 통신사들과 케이블 방송사들은 KT의 독점에서 벗어나 경쟁을 활성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KT의 협력업체들은 설비가 타통신사에도 개방되면 일감이 줄어든다며 지난달 24일 공청회를 저지할 정도로, 업계 간에 첨예한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T가 구축한 필수설비들이 민영화 되기 이전인 국영 통신업체 시절에 구축된 것이어서, 그동안 사적으로 관리된 공적자산을 개방하는 측면에서 이번 고시 개정이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 또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후보자가 이번 주 중으로 임명될 경우 이번 개정 작업을 취임하자마자 할 것으로 보여, KT 출신 위원장이 KT가 반발하는 제도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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