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영화 투자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억 원을 출자해 펀드를 만드는 등 초기에 자본을 쏟아 붓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자체 제작, 편성한 한류 드라마 콘텐츠도 종편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투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은 MBN과 채널A다. 펀드 규모만 보면 그렇다. 두 채널은 지난해 콘텐츠 전문회사 소빅창업투자(주) 등 여러 개 회사와 공동 출자해 1236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기존 영화·문화 콘텐츠 펀드의 약 6배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름은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이다.

짐작했듯이 해당 펀드는 '수출용'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때 영화 <도가니>에 MBN이 출자했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당시 출자는 소빅창업투자(주)가 다른 펀드를 통해 5억 원을 출자했을 뿐이다. MBN과 채널A가 참여한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이 현재까지 투자한 콘텐츠는 없다.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 관계자는 ‘글로벌 해외 공동 제작, 해외 수출 가능성, 해외에서 투자 받은 콘텐츠, 수출이 위력한 콘텐츠’ 등을 대상으로 올려놓고 프로젝트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망에 오른 작품은 <설국열차>다.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다. 2013년 최고 기대작이다. 특히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프랑스 SF만화 '설국 열차'를 각색한 것으로 유럽을 무대로 로케이션 촬영이 계획돼 있다. 존 허트, 크리스 에반스 등 외국 배우들도 캐스팅 돼 있다. 한마디로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이 찾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의 요소를 두루 갖춘 투자 대상인 셈이다.

관계자는 "영화사 쪽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저희 쪽에서도 (제안을)할 수도 있다. 공식적인 검토를 해봐야 한다. 투자 대상 가능성으로 크게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은 올 한해 약 5편 정도의 영화 콘텐츠에 투자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영화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종편도 있다. TV 조선은 대성창업투자와 함께 'TV조선·대성 상생투자조합'이란 이름으로 42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최근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투자했다. <범죄와의 전쟁>은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누적관객수가 398만7천422명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는 최고 흥행작이다. TV조선·대성 상생투자조합은 이민정, 이정진 주연의 멜로영화 <원더풀 라디오>에도 투자했다.

펀드 관계자는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기존 목표치보다 더 잘 되고 있는 것은 맞다. 구체적인 액수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투자 영화에 대한 시나리오 검토 작업을 거치고 있다. 주로 국내작이 투자 대상이다.

관계자는 "펀드 투자 비중을 계약서상으로 보면 영화 투자 비중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방송 콘텐츠 투자 대상이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 쪽도 투자 고려 대상"이라고 전했다.

영화 투자는 아직 섣부르다면서 자체 제작 드라마에 주력하고 있는 곳은 JTBC다. JTBC는 종편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빠담빠담>과 <발효가족>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등 한류 드라마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발효가족> 총 24회분에 대해 일본 민영방송 와 약 22억 원에 판권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빠담빠담> 역시 총 20회분에 대해 약 25억 원에 판권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JTBC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는 영화 투자 계획이 없다. 방송 자체 제작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한때 종편의 영화 투자 문제는 종편 투자 영화 불매운동과 영화대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나쁜 자본 논란을 낳기도 했다. 미디어법 통과로 광고시장을 빨아들이는 종편이 생기면서 언론이 자본에 종속되는 것을 심화시켰는데, ‘나쁜 자본(종편)’이 투자한 영화를 보는 것은 '좋은 소비'가 아니라는 논란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종편 관계자들 대부분은 영화 투자 계획은 가지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작품명을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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