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구 앵커는 지금이 87년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MBC가 시민들의 운동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취재차량을 망가뜨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지난해 한미 FTA에 반대 집회 현장에서 쫓겨난 후배 기자들이 87년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했다. 그는 ‘파업에 성공해 현장으로 돌아가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언론이 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1월부터 파업 중인 MBC 노동자들은 집단징계에 항의하기 위해 여의도 사옥에 절반을 남기고 등장했다. 이튿날 파업에 들어가는 KBS 노동자 수십 명이 참석했다. 8일부터 카메라를 놓는 YTN 노동자는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여기에 백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함께 ‘프리덤’ 구호를 외쳤다.
‘김재철, 김인규 둘 중 누가 더 나쁜 사장인가’를 경쟁하는 노동자들의 퍼포먼스가 압권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재철 MBC 사장은 숙박왕이 됐다. 노조는 김 사장이 파업 기간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고 호텔을 드나든 점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김인규 사장은 알바왕이다. 김 사장이 KBS가 아니라 청와대와 권력의 말을 잘 듣는다는 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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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삼국지’라는 부제처럼 방송 3사와 한국사회를 ‘삼국지’에 빗댄 발언도 눈에 띄었다. 사회를 본 김정근 MBC 아나운서는 황건적의 난 때문에 위촉오 삼국이 난세의 영웅이 된 것처럼 낙하산 사장 셋 때문에 방송 3사 노조가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제 적벽대전이 시작됐다”며 “불화살을 날릴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KBS본부는 파업투쟁의 동남풍을 자처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파업을 전폭 지지하지 않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뭐하고 레임덕이 나타나는 시기에 파업하느냐’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언론사 파업은 특히 시민들의 지지 여부가 성패를 좌우된다는 점에서 볼 때 본격적으로 공동파업에 돌입한 방송 3사는 이제 말이 아닌 몸으로 백 명이 아니라 수천만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시민이 동남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