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산하 보도교양특별위원회 한 위원이 방송국 총선 보도 자문 단장을 맡아 처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송국을 상대로 심의를 담당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해관계가 깊을 수밖에 없는 방송국의 자문역을 맡은 것 자체부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인사는 총선이 끝난 이후 다시 방통심의위 보도교양특별위원으로 복귀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는 심재철 고려대 교수로 지난해 9월부터 방통심의위 보도특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보도교양특별위원회는 "보도 교양방송의 심의에 대하여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가 요청한 사항에 대한 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심 교수가 지난달 10일 KBS 총선방송 자문 단장을 맡으면서 논란이 됐다. 

방통심의위 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10조에 따르면 보도교양특별위원회 결격 사유로 공무원, 정당 당원을 포함해 특별위원 위촉일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방송업에 종사한 자, 방송사업자에게 상시적으로 자문을 하는자를 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심재철 교수가 총선 기간에만 KBS에서 자문을 하는 것으로 '상시적인 자문'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심 교수의 외도(?)는 허용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KBS 총선방송 자문단은 상시적인 자문 기구가 아니라 두달 동안 있는 것으로 회의체 형식의 기구도 아니고 기자와 같이 총선 보도와 관련된 질문이 있을 때 유선을 받아 처리하는 기구"라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선거방송과 관련해서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별도로 있고, 보도교양특별위원회는 총선 보도와 관련 없는 업무"라면서 "심 교수도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총선 기간에는 보도교양특별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내부 구성원조차 이 같은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심의위 한 직원은 "선거 방송 심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하지만 어쨌건 자문료도 받을 테고,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규정을 둔 것이다. 이해관게가 얽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시적인 고문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애매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상시적인 자문에 대한 해석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뿐더러 한시적이더라도 심의 기구에 있는 인사가 한 방송사의 고문역을 맡게될 경우 자문 이후에 해당 방송국을 상대로 심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통심의위의 해석대로 만약 선거방송심의위원이 '상시적인 자문'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송사의 자문직을 허락해준다면 방송심의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모순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심재철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규정상 저는 보도교양 심의를 하는 건데, 공정성에 혹시 관여될 수 있으니까 총선기간 동안에는 보도교양특별위원회의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심의하는 기관에서 심의를 받는 기관의 관계에 있는데, 자문하는 것이 모양새가 썩 좋지 않아서 총선 기간 동안 스스로 회의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지난 2월 총선 자문단 구성 뉴스를 전하는 KBS 뉴스와 인터뷰에서 "괴담이라던지 악성 루머가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서 대한민국 정치위기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SNS를 통한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한 공정한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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