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업방송의 파행적인 출발은 한마디로 여건을 무시한 채 개국을 강행한 정부에게 상당부분 책임이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상업방송은 지난해 8월 사업자가 선정된 뒤 불과 9개월만에 방송을 개국하는 초고속 행진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현재 지역 상업방송은 개국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방송을 준비해왔다. 대전방송의 경우 경력 프로듀서와 기자가 각각 9명과 10명으로 대전 MBC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실제방송시간은 더 많은 실정이다. <표 참조>

이에따라 지역 상업방송은 프로그램 제작능력의 한계를 SBS에 의존하는 한편 프로야구 편성으로 메우려하고 있다. 부산방송을 비롯한 지역 상업방송은 현재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3시간씩 프로야구 중계를 편성해 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중 프로야구 편성을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주중 스페셜 타임에 프로야구를 집중편성할 경우 지역 방송은 출범부터 ‘야구전문 케이블 방송’으로 전락할 우려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상업방송이 자체 제작하겠다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대부분 심야시간대의 토크프로그램이나 시청자 참여 공개오락에 국한될 뿐 지역에 뿌리를 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제작은 요원한 실정이다. 지역정서에 기초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탤런트까지 공채한 부산방송의 경우 방송여건을 들어 당분간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겠다는 계획인데다가 공채한 탤런트를 리포터를 비롯한 다른 직종에 투입하고 있다. 다른 방송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지역 상업방송이 인적구조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결국 빈약한 광고시장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 상업방송의 경우 광고료를 지방 MBC 대비 1.7배(부산 MBC : 부산방송)까지 높게 책정해 특혜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SBS를 포함 상업방송 5개 네트워크를 합쳐봐야 가시청 권역이 MBC의 절반도 안되는 실정에서 광고료가 MBC 전국방송 광고료의 90.23%에 해당하는 수준인 만큼 파격적인 특혜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 상업방송은 이같은 광고료마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이들은 지역MBC의 2백50% 수준까지 광고료를 높게 책정해주지 않을 경우 지역 상업방송의 SBS 종속화 현상은 해마다 심화돼 결국 2년내 독자적인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자신들과 공보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왜 특혜라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지역 상업방송을 무리하게 개국시키려 했느냐는 것이다. 이에대해 방송가에서는 오인환 공보처 장관이 케이블 TV에서 보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지역 상업방송 개국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공보처는 지역 상업방송의 안정적인 개국을 위해 SBS가 프로그램을 2년간 이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토록 하는 한편 지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실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또 SBS에 대해서 광고비를 서울 MBC 대비 90%에서 지난 4월 7일 1백%로 인상해 주기도 했다. 이같은 정부의 특혜성 조치에도 불구, 지역 상업방송이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데에는 공보처가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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