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정부기관과 사기업에서 겸직하면서 사실상 로비스트로 활약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로비의 로자도 모른 사람"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5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로비 의혹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전 의원은 2000년 이후 애니유저넷, KT, 에이스앤파트너스, 에이스테크놀로지. 글로발테크 등에 근무하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겸직한 사실을 들어 "2000년 12월 KT 사장직을 그만둔 이후 고문직을 몇개나 맡았나, 이 후보자께서 고문 전문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또한 이 후보자가 애니유저넷에 재직한 2005년 첫 달 KT로부터 부가서비스용 대용량 프로토콜 변환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받고, 7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받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 후보자 재직 이후)애니유저넷은 인터넷 전화업계의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게 된다. 이 고문이 취임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전 의원은 이어 에이스앤파트너스에 재직할 당시에도 KT로부터 와이브로 협력업체로 선정되고, 주가가 급상승하고 협력업체로 공동연구를 수주하게 됐다면서 "이와같은 일련의 일들은 이 고문이 취임한 뒤 KT 거래가 비약적으로 도약하거나 확대되거나 새롭게 (사업이)신설되는 관행이 쭉 이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로비 의혹으로 실소유주가 처벌까지 받았던 글로발테크에서 재직한 것을 두고도 전 의원은 "2006년 글로발테크 고문으로 취임 이후 KTF로부터 200억원 납품 계약을 맺고 고문으로 있는 3년 동안 540억원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23억원을 입금하는 로비가 진행돼서 KTF 사장이 사법처리 됐는데 이 고문은 사건을 모른다고 모르쇠하고 있는데 누가 믿겠나. 글로발테크에서 3억 1천만원 고문료도 받았다고 하는데, 행동윤리 강령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사장 하면서 특별한 관련 수입이 발생하면 신고하게 돼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정보 통신의 경륜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글로발테크 로비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나중에 신문 보도를 보고 알았다. (저는)로비의 로자도 모른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고문료 문제에 대해서도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문제 역시 (고문료를)신고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문료는 저의 경력을 참고해서 정당하게 지불한 것을 수령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자료에 고문 경력을 모두 기재하지 않았다며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일부러 뺀 게 아니라 중요한 것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청문회 자리에서는 전문성 검증도 이어졌지만 이 후보자가 제대로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여당 의원로부터도 '공부 좀 하라'는 질타를 들어야 했다.

이 후보자는 KBS 수신료 문제에 대해 독일을 예로 들어 정파성을 배제해 국민 대표로 구성된 수신료 산정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깊이 검토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결국)국회에서 (수신료 안건을)의결을 한다면 특별한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이 후보자의 말이)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MBC가 파업을 하고 있다. 방송사 파업을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라 뭐라고 얘기를 못하다. 내부의 입장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입장 표면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연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후보자의 방통위원장으로서 적격성을 알아보려고 의원들이 서면질의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된 답변이 없다"면서 "후보자가 모두 발언에 방송 공정성, 공공성에 대해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공정성 문제가 우리나라가 이슈로 사회에서 시끄러운 것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방송사가 파업하는 내용은 알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미디어행동 등 언론단체는 자질미달, 막장인사의 전형인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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