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로부터 사건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논란의 핵심당사자인 박은정 검사가 2일 사의를 표시했다.

박 검사는 이날 아침 검찰 내부 게시망을 통해 "오늘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선후배 동료 검사와 직원들께 인사드린다"는 짧은 인사를 통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는 사건 기소 청탁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박 검사는 나는꼼수다를 통해 실명을 언급돼, 기소 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알려졌지만 나 전 의원이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라며 진실 공방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2일자 신문에서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재호 판사(사법연수원 21기)가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29기)에게 2006년 1월 직접 청탁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하면서 진실 공방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경향신문은 청탁 전화 내용에 대해서도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친일파 나경원, 이완용 땅 찾아주기 등 친일에 앞장섰다'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모씨에 대한 고발사건 기록을 조속히 검토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라고 상세히 전하면서 "평소 알던 사이도 아니고, 법조 경력이 8년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박 검사는 김 판사의 전화를 '기소청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인들은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 검사의 사의표명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논란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검사와 동기인 백혜련 검사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검사가 이번 사건의 확대 재생산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 검사는 "박 검사가 '나는 꼼수다'측과 상의하고 말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다른 자리에서)박 검사가 굉장히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검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양심발언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 검사는 "당장 조직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겠지만 이번 일로 검사 생활을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법조계는 판사가 직접 담당 검사에게 직접 청탁을 하는 경우가 드문 상황에서 실제 전화로 기소 청탁을 했다면 법조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법관윤리강령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법관은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번 청탁건이 일정 정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나 전 의원 남편의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논란이 나 전 의원의 도덕성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의 공천권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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