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000년 KT 사장 퇴임 이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KT 비상임고문으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민건강보험료 자격 및 보험료 납부내역에는 이 후보자가 당시 주식회사 KT 직장가입자로 보험료를 납부한 것으로 돼 있다.

방통위 청문회팀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주식회사 KT 직장가입자로 보험료를 납부해 KT에 문의한 결과 당시 비상임고문 직책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12월 KT 사장을 그만둔 후 3년만에 KT 비상임고문으로 재직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KT 비상임고문역을 맡으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 선임비상임이사로 겸직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정부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재직하면서 비리 연루로 처벌된 소유주의 회사인 글로발테크(2006. 6~2010. 1)에서 겸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이어 이 후보자는 겸직한 정부기관 업무와 관련된 에이스앤파트너스(2005. 1~2006. 3), 에이스테크놀로지(2006. 3~2006. 5) 등에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고, 특히 KT 비상임고문으로 재직하기 바로 직전 KT 투자회사 애니유저넷(2002. 5~2003. 1)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 순으로 이 후보자가 재직한 과정을 보면 ‘KT 사장→KT 투자회사 애니유저넷→KT 비상임고문→KT 납품회사 에이스앤파트너스→에이스앤파트너스의 분할회사인 에이스테크놀로지→KTF 통신장비 납품업체 BCNe 글로발→글로발테크’등으로 모두 KT와 관련돼 있어 사실상 KT를 중심 고리로 해서 관련 업계의 로비를 벌인 핵심 당사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정부기관의 비상임고문직은 사기업에서 겸직을 해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줄곧 밝혔지만 글로발테크뿐 아니라 3군데의 회사를 포함해 KT 사장까지 역임했던 경력으로 KT에서 비상임고문으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황한 모습이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KT사장까지 했던 분이 3년이 지나서 KT에 재직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국민건강보험료 납부 자료에 착오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KT에서 비상임고문으로 재직한 시절은 또한 이 후보자의 아들인 이아무개씨가 KT에 재직한 시기와도 겹친다. 이씨는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KT에 근무하고 있으며 최근 KT 자회사로 발령이 났다.

 

업계에서는 KT 사장을 역임한 이후 정부기관에서 비상임이사로 있던 인물이 정부기관의 인허가와 제재를 받는 국내최대통신업체인 KT에서 비상임고문역을 맡은 것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야당 청문위원 관계자는 "대기업 CEO가 퇴임 직후 곧바로 비상임고문을 2~3년 하는 것은 많이 봤지만 3년 이후에 비상임고문을 맡은 것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특히 KT CEO 출신이면서 현재 KT 이석채 회장이 장관으로 있을 때 정통부 차관까지 지냈던 인물인데, KT에서 비상임고문직을 수행한 것이 드러났다"면서 "방통위원장이 되면 KT와 관련해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 향후 거취와 상관없이 비상임고문으로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계철 후보자가 KT 비상임고문역을 맡으면서 받은 급여 역시 상당한 액수여서 2003년 당시 KT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국민건강보험료 납부금액을 통해 연도별 소득을 추산한 결과 이 후보자가 KT 비상임고문역에 재직하면서 받은 돈은 2년 동안 약 3억여원에 달한다. 이뿐 아니라 이 후보자는 애니유저넷(2002년)에 근무하면서 약 4000만 원, 에이스앤파트너스 사외이사(2005~2006년)로 약 8000만 원,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외이사(2006년)로 약 6000만 원, BCNe글로발과 글로발테크 고문(2006년~2009년)으로 3억여 원을 받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관(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통신쪽 회사에 겸직하면서 회사로부터 받은 금액만 7억8000만 원에 달한다.

이 후보자가 위원장 후보로 오르자 일부 언론에서 청렴결백 한 이미지라고 홍보한 모습과는 많이 다른 셈이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수억원을 벌어들인 것은 이 후보자 스스로 답변한 내용과도 배치된다. 이 후보자는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의 청문 질의에 "30년의 공무원 재직, 4년간 KT 사장 역임 등 약 45년 정도 경제생활을 하면서 생활비 이외 여유자금을 저축하였기 때문에 약 10억 원의 예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