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CBS <김미화의 여러분>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법적 제재인 '경고' 조치를 주장하면서 CBS 직능단체들이 집단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 안건에 오른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 뿐 아니라 기자, 아나운서 등 직능 단체 모두 집단 성명을 내면서 힘을 보탠 것이다. 이번 심의를 허용하게 되면 향후 지상파라디오 프로그램의 심의 잣대가 강화돼 결국 방송 제작진의 자율성마저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CBS PD협회, CBS 기자협회, CBS 아나운서협회, CBS 기술인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방송통신심의위의 조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맹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방송통신심의위가 공정성 심의 문제로 제기한 “축산을 하지 말라는 게 정부방침인 것 같아요”라는 우석훈 박사의 발언에 대해 "정부의 축산정책을 비판했는데 방통위가 보기엔 이게 딱 ‘경고’감인 모양이다.  특히 권혁부 방송소위위원장은 “정부가 축산정책을 포기, 소값 하락을 방기했다고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며 경고 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오해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오해’가 걱정된다면, 표현을 문제 삼기 전에, 오해의 근거를 제시해야 옳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당시는 송아지 한 마리가 만원이라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 상황이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우석훈 박사 뿐 아니라 농민단체, 야당, 학자, 관료들까지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 목소리에 애써 귀 닫고 외면해버리는 것이 불공정이지 어떻게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게 불공정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한 지난 18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출연시켜 정부 정책을 상세히 설명한 사례를 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혹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사안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부 모니터를 통해 심의안건에 올릴 정도로 ‘중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사안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방송에 재갈을 물리고 진실을 왜곡하는 이는 누구인가? 누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침해하고 있는가?"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말로 이번 사태에 대해 심의란 이름으로 방송 배제 판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위원회의 이름부터 바꾸길 권한다. ‘방송통제위원회’, 이게 현재 하려는 일에 딱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CBS <김미화의 여러분>의 박철 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제작진 일선에서 이례적으로 이렇게 목소리를 낸 이유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이번 중징계 조치가 과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PD는 "경제학 박사의 의견을 가지고 공정성 심의를 한다면 그 잣대로는 어떤 프로그램도 할 수 없다"면서 "주관적인 논평으로 정부 비판적인 발언들이 논쟁의 대상이 될 순 있지만 공정성을 이유로 심의의 대상이 되고 방송에 부적합한다고 하는 것은 방송 배제 판정과 다름없다. 비전문가들이 경제 전문가들의 논평에 대해 논란을 제기한 것도 웃기다"고 비판했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는 <김미화의 여러분>의 지난달 15일 방송분 중 선대인 소장과 우석훈 박사의 발언을 문제삼아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공정성 심의으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심의 안건으로 올리고, 법정제재인 경고 조치를 주장했다. 이를 두고 총선, 대선을 앞두고 표적심의를 통해 정부비판적인 지상파라디오의 손보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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