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상속재산 반환소송이 삼성의 이재현 CJ그룹 회장 미행사건 폭로로 이어지면서 이들 다툼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남의 돈을 놓고 재산 다툼을 벌인다는 말도 나온다(손석희 <시선집중> MC)는 지적과 지난 2008년 서로 이면합의를 했다가 약속이행이 안돼 소송전으로 확대된 것 아니냐는 관측(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제기됐다.

CJ가 23일 “이재현 회장을 삼성물산 감사팀 김아무개 차장이 미행했다”며 김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을 두고,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문제만이 아니라 삼성그룹에서 공문으로 이맹희씨에게 ‘재산상속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각서를 요구해, 이를 거부한 게 작년 6월인데, 그 이후 대단한 긴장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차명주식의 존재가 등장한 것이 삼성특검을 했던 지난 2008년으로, 4년이 지난 뒤에야 소송한 이유에 대해 노회찬 대변인은 “이맹희씨 측의 설명에 따르면 작년에 알았다는 것”이라며 “작년 6월 달에 상속재산 분할 관련된 소명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으면서 차명으로 주식상속분이 있었고 이걸 이건희씨가 다 가져갔다 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 대변인은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2008년 4월에 알았던 것이고, 그렇다면 재벌가에서 주식을 상속할 때 여러 명의 자식들에게 나누면 이제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그 대신에 그에 상당하는 다른 재산을 나누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며 “2008년도 당시에 이면합의를 했다가 그 약속이 이행이 제대로 안 됐거나 분쟁이 발생해 이제 와서 주식을 차라리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손석희 진행자는 “남의 돈을 놓고 재산 다툼을 벌인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뭔가”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대변인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병철 회장의 차명주식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2008년도 삼성특검이 ‘차명주식 900만 주 이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병철 회장 것으로, 이건희 회장에 상속됐다’고 발표하면서”라며 “(그러나) 당시 ‘그 주식 가운데 절반가량만 이병철 회장 거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이병철 회장 것이 아니다’,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이후 약 1년 후에 삼성생명이 유상증자할 때 그때 발생한 주식’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삼성특검 역시 ‘이병철 회장의 주식’이라는 결론만 있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주식 절반가량은 불법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아니냐, 유상증자시 당시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던 쪽으로 가야될 주식이 차명으로 돌려져가지고 그냥 이건희씨 개인에게 돌아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증여세 문제에 대해서도 노 대변인은 “이맹희씨 등 형제들이 이병철 회장의 차명주식이 이건희씨에게 전부 돌아간 것을 양해했다면 그건 증여한 것이 돼, 2조원이 넘는 증여세가 발생한다”며 “또한 만일 양해한 것이 아니라 이맹희씨의 주장처럼 형제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혼자서 이건희씨가 독차지한 것이라면, 상속분 중에 약 4분의 3 정도는 다른 형제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주식 반환을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노 대변인은 삼성이 패했을 경우 실제 지배구조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지금 제1대 주주가 이건희 회장이고 제2대 주주가 에버랜드 지주회사인데, 이맹희씨가 승소해 지분을 되돌려받을 경우 1위와 2위의 순서는 바뀐다”며 “그런데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씨이므로, 삼성생명의 1대 주주가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넘어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맹희씨 일가등) 다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노 대변인은 또 이맹희씨 외에 다른 형제 3명이 다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하면 이건희 회장의 주주 지위는 현격히 떨어지겠으나 이 경우엔 삼성가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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